Very Famous Champagnes
오늘은 아주아주 유명한 샴페인을 소개해드릴게요.
1. 마릴린 먼로가 아침마다 마셨다는 파이퍼 하이직(Piper Heidsieck)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설립된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중 한 곳입니다.
마릴린 먼로가 살아 생전에
"나는 샤넬 No.5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
라고 했대요. 예나 지금이나 셀럽이라면 아침부터 샴페인 한 잔 쯤 하는 건가요? 어떻게 들으면 그녀의 불우했던 배우 생활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침부터 술을 마셨을까요. 그리고 옷은 왜 벗고 잔거죠??
유서 깊은 샴페인인 만큼 마릴린 먼로 이전에도 이미 본토에서 인기가 있었는데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도 이 파이퍼 하이직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파이퍼 하이직이 다소 산도가 있고 탄산도 좀 센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장롱처럼 따뜻한 곳에서 몇개월간 숙성시키거나, 따서 한두 시간 공기와 닿게 하면 훨씬 꿀향이 짙어지고 과실미가 살아나더라고요. 다른 모든 샴페인도 마찬가지인데, 마시기 한 시간 전에 미리 따서 아이스버킷에 담아두면 훨씬 맛이 풍부해진답니다.
2. 마돈나의 도츠 아무르 도츠(Deuts Amour de Deutz)
60이 넘은 나이에도 팝의 여왕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는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파티가 있을 때마다 이 도츠 아무르를 준비했다고 해요. 도츠 아무르는 도츠 중에서도 프레스티지 라인입니다. 돔 페리뇽처럼 최소 십 년은 묵어야 제맛이 나는 귀하고 비싼 술이지요.
아쉽게도 저는 아직 도츠 아무르는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도츠의 기본급 샴페인과 로제만 마셔보았는데요, 둘 다 참 맛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둘 중 로제의 승이었어요. 도츠는 로제 샴페인을 잘 만들기로도 유명합니다.
로제 샴페인은 색이 있는 피노누아를 살짝 섞는 등의 방법으로 장밋빛을 냅니다. 잔에 따르면 투명한 핑크빛이 무척 예뻐요. 그래서 매년 밸런타인데이 같은 때 소비자의 지갑을 털기 위해 상점에 쫙 깔리곤 하지요.
아무르가 불어로 '사랑'을 의미하는 건 아시죠? 도츠 로제만 해도 깔끔한 맛과 과실향이 훌륭한데, 아무르는 얼마나 맛있을까 싶네요. 도츠는 타 샴페인보다 조금은 맛이 가벼운 편입니다.
3. 오스카 시상식 후 배우들이 함께 마시는 떼뗑져(Taittinger)
떼뗑져는 칸 영화제 배우조합상의 공식 스폰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수집광인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여러 할리우드 배우의 사인이 그려진 무려 6리터짜리 떼뗑져를 갖고 있대요. 거기에는 2020년 '기생충'에 나왔던 우리 배우들과 브래드 피트, 알 파치노, 크리스천 베일, 캐서린 제타 존스, 니콜 키드먼, 르네 젤웨거, 로버트 드니로, 탐 행크스의 사인이 모두 있다고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그 샴페인을 딸 일은 아마 없겠지만, 6리터라고 하니 얼마나 맛있을까 싶어요. 술을 보관하는 병이 크면 클수록 술이 더 맛있어지거든요. 와인샵에 가시면 보통 750ml 짜리가 아니라 그 두 배 크기인 매그넘 병이 있는데요, 매그넘은 기본병에 든 술보다 늘 맛있다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내용물이 공기와 접촉하는 면이 줄어들어서 그런가봐요.
떼뗑져의 맛은 파이퍼 하이직처럼 탄산이 센 편이고, 고소하며, 무겁기는 좀 덜 한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뵈브와 더불어 가장 샴페인의 정석 같은 맛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 007 시리즈의 깐부, 볼랭져(Bollinger)
1979년 '문레이커'를 시작으로 얼마 전 개봉한 '노타임 투 다이'까지 제임스 본드는 무려 42년간 볼랭져를 마셔왔습니다. 볼랭져는 007 원작 소설에도 등장했다는데요, 원래 거기에는 돔 페리뇽 같은 다른 샴페인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화하면서 감독은 돔 페리뇽과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볼랭져에 협찬을 요청했대요. 결과는어땠을까요? '무료로 제공하기에 우리 볼랭져는 너무 소중해서 안되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이후 볼랭져에서 영화사 관계자를 와이너리에 초대하며 '우정 출연'으로 극적인 타결을 했다네요. 제임스 본드는 데낄라나 보드카를 마실 때도 있지만, 샴페인이 등장할 땐 그래서 늘 이 볼랭져가 함께해 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2번정도 선명히 클로즈업 되었던 것 같아요.
볼랭져는 피노누아가 60%에 이르러 맛이 묵직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격도 일반 샴페인보다 좀 더 나가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남자분에게, 중후한 멋이 있으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5.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꽃미모 발산 중인 페리에 주에(Perrier Jouet)
예쁘게 그려진 꽃 그림이 여심을 간지럽히는 샴페인은 바로 페리에 주에의 프레스티지 샴페인 벨 에포크(Belle Epoque)입니다. 불어로 벨 에포크는 '좋은 시절'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생일 때 영주에게 졸라 선물 받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셀러에서 언젠가 꺼내 마실정말 좋은 시절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어요.
얼마 전 우연히 페리에 주에의 기본급 샴페인을 마셔볼 기회가 있었어요. 기본급인데도 참 향기롭고 맛있더군요. 같이 마셨던 드라피에(Drappier)도 맛있었지만 오히려 페리에 주에가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았어요. 요즘 송혜교 언니가 로맨스로 돌아온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드라마에 협찬을 하는지 카메라에 자주 잡히던데요?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진 전용 잔과 함께 말이에요.
꼭 벨 에포크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페리에 주에가 보이면 꼭 집어서 사시라고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라피에도 프랑스 대통령 관저에 공식 납품되고, 8대째 가족이 샴페인을 만들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와인임을 말씀드려요. '성공한 여성이 마시는 샴페인'이란 마케팅도 했다는데 그건 들은거라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여기 기술된 맛은 전부 제 기준이니 두루두루 드셔 보시고 여러분의 인생 샴페인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샴페인은 전통적으로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주로 쓰이지만, 기분이 울적할 때 다시 업시켜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다음엔 뭘 쓸까 고민 중인데... 혹시 제가 그새 맛있는 로제 샴페인을 맛보게 된다면 로제에 대해 쓰고... 아니면 다른 품종으로 넘어가볼까 해요. 굴 철이 다가오니 샤블리에 대해 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