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월은 경자년의 소환?
2021년 신축년은 신기하게도 지난 12년간의 60갑자가 각 달에 들어있다. 2009년과 올해 1월은 둘 다 기축년과 기축월이었고, 2021년과 내년 1월은 같은 신축년과 신축월이다. 올 한 해가 좋았든 별로였든 간에 아직 마음의 고삐를 늦출 때가 아니다. 신축년의 기운이 두 배로 들어올 신축월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신축년의 피날레는 내년 1월이 될 수 있다. 양력으로 한 해가 간다고 해서 정말 올해가 간다고 여기면 안 되는 이유다.
처음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던 2020년 경자년과 똑같은 글자인 경자월이 곧 시작된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확진자가 5,000명이 넘고 오미크론 변이가 시작된 지금, 공교롭게도 또 경자월이 코앞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진이 시작된 게 경자년 직전부터였으니, 다시 유행이 시작된 시점이 우연이라기엔 너무 똑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올 한 해 각 달에 지난 12년이 압축돼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내 지난 12년과 신축년 각 달을 비교해보니 제법 비슷하게 흘러간 것 같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머리가 어떻게 됐었는지 잠깐 재혼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결혼한 해와 글자가 같은 갑오월이었다.
남편 때문에 죽네 사네 하며 끝없는 우울로 빠져든 때는 기해년이었다. 그래서 기해월에 다시 우울감에 빠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괜스레 평소보다 서러워 우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이내 '그런 기운이 있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기해월은 한 달 짜리여서 1년 동안 들어오는 운보다는 넘기기가 훨씬 수월했다. 아직 기해월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쩌다 사주 공부에 발을 들인 지 10개월째. 다른 사람 사주를 보다 보면 글자들이 눈에 잘 띄어서 좋고 나쁨이 잘 보이는 사주가 있고, 글자들 사이의 관계가 애매해서 풀기가 어려운 팔자도 있다. 명리학은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 집 갔더니 이 말하고, 저 집 갔더니 다른 말한다는 건 사주를 보는 방법과 해석하는 관점이 저마다 달라서일 것이다.
곧 다가올 새해를 두고 벌써부터 신년운세를 찾으시는 분이 많다. 사주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혹시 대면 상담을 하러 가신다면 내년 운도 중요하지만 10년 단위로 바뀌는 대운도 꼭 여쭤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주는 한 사람이 이 세상과 처음 접촉할 때의 기운을 가지고 본다. 뜨거운 한여름에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지 않듯, 내 삶의 계절도 그렇게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인생을 큰 틀에서 봤을 때 계절을 나타내는 지표는 세운보다는 대운이 더 설명을 잘해준다. 내가 현재 지나고 있는 경신대운은 친구가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배우자 자리를 충돌해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시기다. 이사를 그렇게 자주 다녔는데도 이 충(沖) 운이 액땜이 안되었는지 결국 이 대운 끝에 이혼 중이다. 웃긴 건 전남편은 사주 원국에 이미 배우자 자리가 충을 맞고 있다. 그럴 만한 남녀 둘이 결혼했다 이혼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신축년 한 해는 겁재라는 경쟁자가 나의 것을 채 가는 형상이다. 그래서 이혼 소송이 이토록 지지부진하고 힘이 없었나? 그래도 인성이라는 문서운이 와 무사히 새 집 등기를 치기도 했다.
사주를 차치하고라도, 전남편이라는 엄청난 빌런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인내하고 친절하려 애썼던 한 해였다. 강력한 빌런이 주는 유일한 장점은 빌런이 없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여러 방법 중 12운성으로 보아도 올 한 해는 내가 묘지에 들어간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운이었다. 그래도 올해처럼만 겸손하고 조심조심 살얼음판 걷듯 살면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큰 마찰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관 안에 누워서 몸만 비틀대는 것 같은 한 해였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는 다시 겸손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아픔을 말하고 듣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관해 눈을 떴다. 앞으로 다시 내 세상을 만나 물 만난 물고기가 되더라도 지금의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년은 얼었던 땅이 녹고 봄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차가운 물의 기운이 절실한 몇몇 뜨거운 사주를 제외하면 따뜻한 봄의 기운은 대체로 누구에게나 좋다. 임인년의 '인(寅)'자가 봄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로 치면 2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이 봄의 기운을 체감하기엔 아직 생각보다 추울 수도 있다.
내 사주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양쪽으로 관과 식상이 국을 이루고 있다. 여자 사주에서 관은 남자, 식상은 자식을 뜻한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결혼 두 번이 가능한 팔자다. 식상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일, 교육을 뜻하기도 해서 직업적으로 식상을 풀어먹고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지에 뜬 정관이 나를 기다린다는 걸 어쩌면 아주 예전부터, 전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언젠가 갑자기 또 결혼한다고 해도, 내 사주상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관은 남자가 아니라 명예나 일이 되기도 하니, 결혼을 거부하고 열심히 일하면 이름을 날릴 수도 있을까? 아니면 관이 두 개라 남자든 명예든 다 될까. 재혼을 한다 한들 51세부터 30년간 들어오는 식상운에 배겨 날 남자가 있을까 모르겠다. 식상은 관을 상하게 하기도 해서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전처럼 결혼해서 내 성질 다 부리고 살다가는 필시 다시 이혼하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전 결혼과 달리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해도 나의 욕구와 표현이 강해지는 식상대운을 지나 배우자와 해로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쨌든 내 타고난 운명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유용하다. 앞으로의 내 모습을 대충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거란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설계도면 같은 그 얼개 안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둘 수 있고, 때로 불행이 찾아와도 놀라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나아가면, 인간은 결국 누구나 한 때 잘 나가고 행복하다가도, 다시 또 미끄러지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살아간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명리학 안에 담겨있다.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주를 보며 인생의 의미에 특별한 게 없음을, 그저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떠들고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저 너도 나도, 나름의 사주팔자를 타고난 한 명의 인간이 아니더냐,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