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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의 주식투자 도전

경제관념을 키우는 첫걸음

by 안전모드

3년 전, 자녀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명절 때 받은 용돈의 일부와 정기적으로 저축한 돈을 투자하며,

어느덧 계좌 잔고는 X백만 원이 되었다.

최근 딸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 중에서도 주식을 하는 아이가 있다며 자기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좋아. 네가 직접 경험해보는 게 가장 좋은 공부일 거야.”


아이에게 계좌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매수·매도 방법과 차트를 보는 기초적인 개념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매매해 보도록 했다.

처음 아이가 선택한 방식은 다소 의아했다.

10여 개의 종목을 1주씩 분산 매수한 것이다.


“왜 이렇게 여러 종목을 샀어?”

“바닥 같아서 샀어.”

“네가 바닥을 알아?”

“…그냥 싼 것 같아서 샀어.”


가격이 싸다고 해서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가치를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아이에게 ‘망하지 않을 회사’를 고르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보다 효율적인 투자 전략으로 켈리 베팅(Kelly Criterion)을 설명해 주었다.


친구모임으로 2년전 강원랜드에서 1박하며 카지노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개인별로 10만원 한도, 게임시간은 20-24시까지로 철저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나는 친구들과 처음에는 5~30배수를 노리는 룰렛 게임에서 4만원을 잃었다.

이후 남은 6만원을 활용해 보다 확률이 높은 홀짝 게임에서 켈리 베팅 전략을 적용했다.

결과는?

8만 원의 수익을 내며 총 18만 원을 만들었다.

이 경험을 떠올리며,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주식도 마찬가지야. 너무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기보다,

앞으로 유망한, 또는 매분기,매년 수익을 내는 기업을 싸게 사서 조금씩 늘려가야 해.

좋은회사라도 비싸게 사면 안돼

만약 네가 매수한 주식이 10% 떨어지면 같은 금액을 추가 매수해 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아이의 포트폴리오는 변동을 거듭했다.

어떤 종목은 급등했고, 어떤 종목은 폭락했다.

아이는 수익이 난 주식은 매도하고, 손실이 난 주식은 더 사들이는 전략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나중에 좀 더 알려줄게. 하지만 일단은 네가 직접 해보면서 배워봐.”


퇴직금도 DC형(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로 전환해 3년 넘게 운용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과 한국의 펀드를 동시에 매수했는데, 그 수익률 차이가 꽤 크다.

미국 피델리티 자산운용 펀드: 약 40% 수익

한국 신영증권 마라톤 펀드: 약 10% 수익

장기적으로 미국 펀드의 비중을 늘리고 한국 펀드는 줄이는 것이 맞을까?

현시점에서는 아직 고민이 필요하다.


오늘은 딸1과 함께 헌혈을 하러 갑니다.

아이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본 후, 헌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직접 해보고 싶다고 했다.

피가 뽑힐 때의 느낌을 경험해 보겠다는 호기심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주식투자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며, 경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작은 돈이라도 직접 투자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체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경제도, 투자도, 그리고 인생도 마찬가지다.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 된다.

숫자로만 배운 경제 개념은 실제 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다르다.

그 경험이 쌓일 때,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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