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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나

분노와 성찰 사이에

by 안전모드

지난 한 달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1. 변화하는 업무 환경

개발 파트 사업장으로 전출된 지 한 달. 왕복 2시간 30분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다행히 다시 1시간 거리의 사업장으로 전출이 확정되었다.

새로운 사업장의 운영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앞으로 몇 년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 본사의 각서

본사의 지시로 자필 각서를 쓰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개발 파트 사업장으로의 전출에 강하게 저항했던 나를 신뢰하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약속받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나에 대한 마지막 기대였을까?

그럼에도 결국 나에게 이 사업장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직 내게 걸어볼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어떤 이유이든,

이제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일 것이다.


3. 새벽의 경찰 방문

새벽 1시,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다.

딸2와의 갈등이 결국 이런 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술과 담배,

그리고 12시간 넘는 폰 사용. 잠잘 때는 폰을 반납하고 아침에 주겠다는 내 방침에 반발하며 실랑이가 벌어졌고, 순간적으로 딸2의 머리를 밀쳤다.

그러자 112에 신고를 했다.

"그래, 해봐. 한번 어떻게 되나 보자."


훈방 조치로 마무리되었지만, 새벽 3시경 딸2는 집을 나가 친구 집에서 밤을 보냈다.

아침 친구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4. 본능과 이성

한 가지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기준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뼛속 깊이 본능에 지배되는 동물이라는 것을. 이성을 상실하는 순간, 본성이 분출된다.

딸2의 행동들이 내 안의 분노를 자극했고, 그 감정은 내 나쁜 본능을 불러일으켰다.


5. 인과의 법칙

모든 원인에는 결과가 따르고,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나는 나의 거친 말투와 폭력적인 본능을 잠재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무의식과 자의식, 그리고 깊이 새겨진 DNA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시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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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의식,자의식에 관한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루틴을 만들어 나의 의식을 바꾸려 노력해야겠다.

나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모니터링할 것이다.

다시 돌아갈수는 없다. 더 이상 무너질 수 없다.


나는 나를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들도, 내 삶도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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