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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만 찾아오는

딸들과의 거리, 그리고 나의 성장

by 안전모드

첫째 딸은 고2.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거주지와 떨어진 타지역

나는 모기업이 세운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 하였고, 딸은 응했다.
지금은 만족하며 학교 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까지 되었다.
그 사실도, 당선 이후에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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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역시 중1 기숙사 생활을 1년간 했었고 주일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무도 없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초반엔 공허함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담배에 기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위안일 뿐, 결코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집에 돌아오기 전, 반드시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자고.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생기자 신기하게도 가슴의 울렁임이 없어졌다.
이후로는 출근길에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금요일 퇴근길에 다시 픽업해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다.

그 작은 변화가 내 일상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같은 고민이 있었다.

홀로 남은 공허함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도록 어떻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까

셋이서도 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깨달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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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


첫 번째는 이미 생긴 상처에서 오는 고통.
두 번째는 그 상처를 다시 찌를 때 오는 고통.


상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찌르지 않게 지켜주면, 상처는 훨씬 빨리 아문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자, 내가 스스로에게 배운 교훈이었다.


집중한다는 것은 관점을 한곳에 모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눈을 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내 안의 힘을 충전한 뒤 그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비로소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나도 마음의 지침을 깊이 느낀 적이 있다.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을 허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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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캠핑을 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맑은 하늘, 별빛 가득한 밤하늘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도시에서 쌓인 소음과 부담감이 사라지고, 자연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그곳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나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가족이 여전히 ‘함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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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길 역시 쉽지 않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순간도 많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나처럼 공허함과 고민 속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자.

공허함을 덮어두기보다는 마주하고, 상처를 피하기보다는 돌보는 것이 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에게도 휴식과 치유를 허락해야 한다.

멀리 있어도, 서로를 믿고 응원한다면 가족은 늘 마음속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나의 딸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내가 그러하듯.

“결국 가족이란, 함께 있어도 멀리 있어도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든든한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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