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배구화를 벗고,

브러시를 든 딸

by 안전모드

배구의 꿈을 안고 떠났던 시간


중2 둘째딸은 초4때부터 배구 선수를 꿈꾸며 훈련에 임해 왔었습니다.

친구들이 방과 후 놀 때도, 주말에도,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젠가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원하는 체육중 입학을 위해 체중근교의 학교로 전학을 가서 대기하면서 훈련하며 다시 기회를 기다려 보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지쳐갔습니다.

그외에도 몇가지 이유로 꿈은 흔들렸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딸2는 저에게 톡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아빠, 운동 그만두고 싶어. 7월부터 계속 생각했어. 진짜 많이 고민하다가 말하는 거야.”

짧은 글 속에는 오랜 갈등과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읽으며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딸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했구나.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하고 싶은 길을 가자.”


그 후 딸2는 다시 거주지 근처 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배구화를 벗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몇달이 지나 뷰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앞에서 브러시를 들고 집중하는 딸2의 눈빛은 다시 빛나고 있었습니다.

색을 섞으며 몰입하는 모습, 친구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주며 웃는 모습들을 사진을 찍어 아빠에게 보내주곤 하며 선생님께 숙달이 빠르고 잘한다며 언니에게도 자랑을 했습니다.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길이 딸2의 또 다른 무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얼마 전, 딸2는 저에게 생일 편지를 써 주었습니다.

“아빠, 제 인생에 첫 번째 남자이자 아무런 조건 없이 날 사랑해 준 사람이 아빠예요.

저도 언젠가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저는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이혼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아이가 건네는 사랑은 언제나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딸2에게 뷰티는 단순히 화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지난 2년간의 여정 속에서 아이와 함께 써 내려가는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언제나 네 편이 되어 줄게.

네가 꿈꾸는 무대가 배구장이든, 뷰티 살롱이든, 어디든 끝까지 함께할 거야.”

사랑한다.~


keyword
이전 02화주말에만 찾아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