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내지 못한 마음에 대하여
대개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고 말한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고,
새 달력과 새 다이어리를 꺼낸다.
모든 숫자는 다시 1.1로 돌아간다.
마치 가위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사람들은 작년을 접어두고
새해를 맞이하려 한다.
새해는 정말 시작의 기점일까.
나는 아직
작년의 해묵은 감정들을
미처 보내지 못했는데.
내게 지금은 1월 1일이 아니라
여전히 12월 32일이다.
그들과 작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은
조금 잔인하지 않은가.
슬픔을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고
우울을 충분히 우울해하지 못하면
감정은 마음속에 굳어 응어리가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느리게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새로운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만큼
떠나는 이를
뜨겁게 보내줄 시간도 필요하다.
시작만을 말하는 새해는
아직 작별 중인 나에게
너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