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채로 걷는 연습_4
정신없이 헤매던 길을 되짚어 걸었다. 걷는 중 어디선가 달큰하고 구수한 냄새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트 앞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그제서야 허기가 졌다. 여자는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걸 떠올렸다.
“고구마 한 봉지 주세요.”
검댕이가 곳곳에 묻은 목장갑을 낀 마트 직원이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따뜻한 방에서 고구마 까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없죠.
뜨거우니 조심히 들고 가세요.”
고구마가 든 봉투를 받아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은 평소보다 따뜻했다.
방바닥에 앉아 고구마를 까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걸 봤지만, 노릇한 속을 보자 군침이 돌아 어쩔 수 없었다. 입천장은 고구마에게 양보하는 수밖에.
뜨거워서 급히 보리차를 들이켰다.
“아, 살 것 같다.”
살 것 같다니. 그토록 죽을 것 같다고 하더니.
늘 이쯤이면 이제 그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놓고는.
스스로의 말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여자는 자신이 언제 이렇게 크게 웃었더라, 생각했다.
고구마를 한 입 더 크게 베어 물며 속으로 말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딱 이만큼만 살자.’
어둠이 내리면 다시 불면의 밤은 찾아올 테고, 여자는 또 늪으로 빠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살 것 같으니, 오늘은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