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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몽이 Feb 23. 2021

달과 별이 뜬 밤에 찾아온 고양이씨

고양이씨와의 대화 제3화

"안녕, 오늘은 별일 없어서 정말 따분했지 뭐야."하고 고양이 씨가 말했다.

고양이 씨는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다.

"일요일이니까요. 어쩔 수 없죠." 나는 그를 위로했다.

"역시 여기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서 맘에 드는걸." 고양이 씨가 육구를 핥으며 말했다.

"밤에만 그래요. 낮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더운걸요."

"그거 유감인데." 고양이씨 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집게손가락 크기의 소시지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드세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죠?"

"고마워, 사실 지금 정말 배고프거든, 바퀴벌레 알 껍질이라도 먹고 싶을 정도야."

그는 정말로 배가 상당히 고팠던 건지 아주 맛있게 소시지를 먹었다.

고양이 씨는 기분이 좋은 듯 내게 가르랑 대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언제나 들어도 그 소리는 아주 감미롭게 들렸다.

"고양이 씨의 가르랑 대는 소리가 듣기 좋네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소시지를 준 답례야." 고양이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뒤 나와 고양이 씨는 2시간 정도 동그랗게 뜬 달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한두 개를 제외한 동네의 불빛들이 꺼지고,
밤하늘의 별빛들이 반짝이는 게 선명하게 보일 때쯤,
고양이 씨는 이제 볼일 보러 갈 곳이 있다고 말했다.

“얘기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언제 올지 미리 말을 못 하겠지만 말이야.”

“편할 때 언제든 왔다 가세요. 고양이 씨.”

“응 그래” 하고 고양이 씨는 밤의 풍경 사이 어디론가 그의 볼 일을 보러  훌쩍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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