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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kly Sage Jul 08. 2015

돌고 돌아 다시

삼다 4학기 3주차 과제

  어쭙잖은 개똥철학은 집어 치워야지컴퓨터 앞에서 늘 하는 생각이다그동안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자판 앞에 앉은 지금도 그렇다언제나 자못 진지한 주제를 택했다깊은 사유 없이 시간에 쫓겼다부랴부랴 분량을 채우기에 바쁘다길이가 부담스러우니 한 줄이 아쉽다살려야 한다요즘 많이 보던 말이다그러니 급하게 결론으로 간다어떤 때는 뜬금포가 터지기도 한다글선생님의 칼부림이 시작된다우울하다.

  그래 나도 사는 얘기를 쓰자나야말로 바쁜 사람 아닌가오지랖도 넓다그래서 여기저기 잘도 쏘다닌다아침 점심 저녁얼마나 사건이 많은가어라 바로 지난 주 한나님의 글이 그랬다형식 표절이네학생이 머 어떠냐그래도 김빠진다서평이나 쓰자책이 만만치 않다숙제 기한은 다가왔다반쯤 남았다. 200페이지동안 같은 말만 들은 듯하다서평도 쓰긴 틀렸다.

  여기까지 쓰고 또 딴 짓이다술 담으려고 말리고 있는 매실과 유리병을 들여다본다덜 말랐다다시 들어왔다페이스북은 그만 보자 다짐했다어느새 손은 타임라인을 오르락내리락한다매실 보러 또 나간다이제 다 말랐다설탕을 가져왔다매실을 넣고 설탕을 켜켜이 넣는다사진도 한 장 찍는다어김없이 SNS에 올린다포스팅을 했으니 또 타임라인과 알림창을 왔다 갔다 한다업무 메일이 도착했다회신을 한다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배가 고프다부엌으로 간다먹을 것이 없다매실주 한잔을 따른다. 3년 전에 담근 술이다잠자기 전에 한잔씩 마시면 건강에 좋단다건강은 모르겠다맛은 좋다.

  딩동숙제 대장 이삭님이 어김없이 숙제를 제출한다쓱 본다글귀 모음까지 다 했다나는 언제 하지주눅이 든다여전히 광활한 A4 한매는 반쯤 남았다이제 글의 결론이 걱정이다주저리 쓴 글을 어떻게 맺어야 하나결론보다 남은 분량이 더 문제다이쯤 되면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생긴다과연 내가 쓰는 글이 나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만드는가물론 대단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내 생각의 실체를 손에 잡으려 했다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자신감도 있었다근거는 없다그러나 현재 스코어 부끄럽다공부 한 것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해야 할 것들은 많게만 느껴진다남은 10주가 아득하다.

  결국은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일기처럼 쉽게 써야지짧은 글을 많이 모으고 싶다티끌 모아 태산이다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손으로 생각하라 했다손끝에서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쏟아서 잘 골라 보면 쓸 만한 것이 있겠다돌고 돌아 다시 처음이다그래도 처음보다야 조금이나마 낫겠지몇 바퀴 돌면 맘에 드는 날도 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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