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 후속 모임을 시작하며
자신이 만든, 1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프로그래머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마지막 workshop의 말미에 강사가 약간은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 여간해서 감정이 실린 언급이 없는 양반이라서인지 아니면 그 어떤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계속 머리 속에 남아있다. 자신 스스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쓰는 제품을 만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날의 수업은 그렇게 고조되어 끝났고, 나는 학습과 업무가 분리되지 않고 업무를 통해 배우고 배운 것이 업무에 녹아드는 모습을 꿈꾸었다. 그리고 배우고 익힌 것을 글에 담아 내고 싶다는 그럴싸한 목표를 세웠다.
누구나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을 바라고 또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많이 쓴다고, 또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의 전문성을 기를 것인가를 배우는 곳에 경력이 10년이 넘은 사람들이 와서 앉아있는 것을 보면 오랜 시간이, 우리의 열심이 그것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물론 그분들이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다는 말은 아니다)
먼저 꽃피웠다 쓰러진 상사화는 '태풍이 몰려온다 해도 우리는 꽃피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어떤 신호 또는 비장함의 표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태풍으로 인해 온산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도, 안에서 밖으로 꽃을 밀어 올리는 뜨거운 생명의 힘은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걸 그렇게 보여 주려 한 건 아닐까요?
우리 안에도 저런 뜨거운 것이 있을까요?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뜨거운 열정, 타오르는 사랑, 끓어오르는 힘 같은 게 우리 안에서 우리를 밀고 올라오고 있을까요? 그리하여 마침내 꽃피우게 할까요? -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p237
글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책을 들었다. 시인은 질문이 마음을 울린다. 내가 마음 걸치고 있는 여러 분야에서 "태풍이 몰려온다 해도 우리는 꽃피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비장한 마음을 갖고 싶다.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이 아마 그렇게 지나온 1년간의 비장함의 표시였으리라. 비장함, 열정, 사랑, 힘 같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어도 비슷한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새로 시작하는 50주의 여정 후에 나는 글쓰기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무거운 엉덩이 붙이고 삐걱이는 머리를 돌려 그리고 손가락 부지런히 놀려서 쓰러진 상사화 같은 글들을 몇 편 더 남기고 싶다. 내 삶의 증인 같은 글들을 꽃 피워 보려고 말이다.
상단 이미지 출처: 파우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