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끝은 무엇일까

영화 '김종욱 찾기'

by 사과실

첫사랑의 끝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 사람 찾기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점차 SNS 매체가 다양해졌고, 지금은 원한다면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검색만 하면 찾을 수도 있다. 영화 속 한기준의 '첫사랑 사무소'를 통하지 않아도.


사랑의 영원한 판타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사랑과 낯선 여행지에서의 사랑. 사실 나는 꽤 나이가 들었을 때까지 첫사랑은 학창 시절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땅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냥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가장 좋아했던 남학생을 내 첫사랑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첫사랑은 시기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나처럼 어른이 된 이후에 첫사랑을 겪은 이야기라 그런지 수많은 첫사랑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가 내게 가장 와 닿는다. 그렇다면 낯선 여행지에서의 사랑은 또 어떠한가. 어느 영화처럼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우연히 말을 섞다가, 혼자 온 사람들끼리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혹은 비행기에서 만났던 사람과 여행지에서 우연히 다시 재회하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낯선 장소가 주는 설렘과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모여 사랑이라는 감정에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여행지에서 첫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사랑의 종류 중 가장 매력적인 두 가지를 뽑았다고 할 수 있다.


2013-07-29 19.16.38(수정).jpg 여행을 기다리지만 사실은 여행이 줄 추억을 기다린다


영화에는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는 그들의 성격을 여행에 대한 태도로 설명한다. 한기준은 '자료 조사는 완벽했다'며 항공, 숙박, 환율 같은 객관적 자료로 여행을 구성하지만, 서지우는 '그 날의 공기, 거리의 냄새나 사람 사이의 느낌'으로 여행을 기억한다. 나는 내가 '구성한' 여행을 '기억하는' 편이라 영화 속 두 사람 모두의 성격을 약간씩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반대되는 성격 탓에 부딪히지만 덕분에 만남은 흥미롭고 추억은 쌓인다.


영화의 명장면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심지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그 장면만은 봤을 정도니까. 유튜브에서 '인도 공유'라고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바로 그 장면. 공유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이 배우보다 사랑에 빠진 눈빛을 잘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공유의 눈빛을 보며 연기가 아니라 진짜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느낀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듯한 눈빛. 그토록 지긋하고 애틋할 수 있다니. 김종욱으로 분한 공유가 서지우를 바라보는 장면을 보며 자신을 저런 눈빛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는 서지우가 부러웠다.


영화는 서지우의 첫사랑 얘기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한기준의 첫사랑 얘기도 등장한다.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기준의 말에 지우는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라고 말하지만 기준은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거예요'라고 말한다. 끝을 보기 두려워하는 지우는 끝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지속한다.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생각과 결말이 다를까 봐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도 마찬가지다. 지우는 인도에서 김종욱과 헤어질 때 '운명이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라며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끝까지 가기가 두려웠을 뿐. 두려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운명이 아니라 못 만난 거라고 스스로를 속인 건 아닐까?


사실 지우도 김종욱을 만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이고 다소 불분명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김종욱의 이름으로 키핑 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짐작해봤다. '다 마시면 김종욱씨한테 멋지게 사겠다'는 말을 통해 술을 다 마시는 시간만큼 그를 다시 만날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실제로 그럴 마음은 없으나 끈을 놓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속임수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지우가 김종욱을 만나 첫사랑의 끝을 보고, 기준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끝을 봐야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기준의 대사와 일맥상통하는 결말이다. 그렇다면 첫사랑의 끝은 무엇일까? 나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랑을, 그 시간을 추억하는 것. 못 이루어졌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고, 이루어졌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다.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그 순간을 추억하는 것이 첫사랑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