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사는 것을 즐기는 법

영화 '하우 투 비 싱글'

by 사과실
우리는 싱글인 걸 창피해하지만 괜찮은 척 애쓴다. 싱글은 항상 밝고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왜 창피해야 할까?


싱글로 꽤 오랜 시간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싱글인 것에 당당하지 못하다. '젊은데 주말에 남자 안 만나?' 혹은 '데이트도 하고 그래야지.' 같은 주변 사람들의 말이 싱글을 마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기도 하지만 그런 속 빈 얘기에 마음이 텁텁할 정도로 나 스스로 내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웃어 보인다. 어쩌다 내가 우울해하기라도 하면 '연애를 안 해서 그래' 라며 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남자와의 관계로 결론짓는다.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항상 괜찮은 척했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게 됐고, 첫 대사부터 정곡을 찔렸다. 왜 싱글은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하는가. 영화는 싱글로 사는 법(How to be single)을 보여주지만 나는 영화를 통해 싱글로 사는 것을 즐기는 법(How to enjoy being single)을 배웠다. 영화에는 저마다 싱글을 즐기거나 극복해가는 4명의 여자가 나오는데 그들을 바탕으로 싱글의 부류를 나눠봤다.


하나, 인연을 찾는 사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직업적 특성을 배제하면) 매일같이 똑같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소개팅에 집착하게 되지만 소개팅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을 때는 온라인 만남이라는 패를 집어 든다. 그렇게 겨우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지만 단발적 데이트가 반복될수록 안정적인 관계를 더욱 갈망한다.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지만 그중에서 내 인연으로 추릴만한 사람의 수는 폭발적이지 않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데이트 앱을 이용했다가 성관계만 바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고, 감나무를 흔들다 보면 감 하나쯤은 떨어지지 않겠는가?


둘, 혼자에 익숙해진 사람

어른이 이제 막 됐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사실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거였다. 결정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내 몫이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끝나든 모든 결과를 내가 짊어지면서 삶을 개척하고 우리는 어른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에 의존하는 것이 습관 되어버린 사람은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도 삶을 개척하기보다는 의존할 대상을 찾는다. 그리고 그 시기에 연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존할 사람을 찾았으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는 있으나 안타깝게도 독립적인 어른으로 가는 길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다 연인과 헤어지게 되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내 삶은 모두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자신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의존할 다른 사람을 찾는다면 악순환의 길로 들어서는 거다.

반대로, 싱글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은 혼자에 익숙해진다. 삶을 관계가 아닌 나만의 지표를 중심으로 펼쳐나간다. 그래서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고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극단적인 성공의 경우다. 혼자라는 것은 힘든 일도 혼자 견뎌내야 한다는 뜻이고 나와 동등한 시선으로 나눌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더 강해져야 한다.


하우 투 비 싱글1.JPG 부산 더 베이의 계단. 인생은 파티다.


셋, 자유롭게 즐기며 사는 사람

먼저 '즐긴다'는 범주를 야간 활동으로 제한해보자. 이들의 활동은 주로 퇴근 이후 시작되며 가끔은 직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남자도 오늘 밤만 즐길 사람으로 찾는다면 좀 더 쉽게 남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사람의 유전자, 가족 병력, 사회적 지위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들에게는 매일매일이 파티다.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은 싱글이기에 시간 맞춰 연락할 사람도 다른 사람의 접근을 경계할 필요도 없는 자유의 파티. 광란의 파티 이후에는 어김없이 숙취가 따라오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숙취해소에도 나름의 기술이 생긴다. 나는 숙취 음료를 마셨다가 환으로 된 약을 먹었다가 병원에도 가봤다. 어떤 방식으로 속을 달래든 오후 4~6시가 지나면 괜찮아진다. 술을 조절해서 마시기 시작하면서 적당한 숙취에 시달렸는데 그 정도는 코카콜라나 초콜릿 우유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다 허기를 느낄 때면 치즈가 잔뜩 들어간 햄버거(주로 콰트로 치즈 버거)나 피자를 먹었다.

이번에는 '즐긴다'는 범주를 좀 더 넓혀보자. 싱글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누구하고 맞출 필요 없이 나의 니즈(needs)에만 맞출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원하는 시간대에 보고, 가고 싶은 곳을 나 편한 날짜에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입맛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또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모든 시간이 온전히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등 하고 싶은 걸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선택이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우리에게 '거시기 늪'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한다. 노골적이지만 그만큼 뜻도 확실하다. 순화해서 말하자면 '인간관계에 빠져서 나 자신만으로는 삶이 완성되지 않는 상태'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왜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를 얘기하려고 하는가. 영화는 말한다, 인간관계는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수식일 뿐 나의 전부가 아니라고. 우리는 우리 자신만으로도 풍부한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계를 두려워하지 말 것도 경고한다. 관계는 인간에게 아름다운 수식이다. 관계에 한계를 두고 자기만의 틀에 가두려고 하는 것도 또 다른 '거시기 늪'이다. 우리의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서 싱글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