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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Aug 09. 2021

해피엔딩이니까, 안심해

화성에선 괜찮아, 라디오 첫 방송

'아,아, 마이크 테스트.'

화성에선 괜찮아, 라디오 첫 방송입니다.


이 방송은, 뭐랄까요, 엉터리 제멋대로 방송입니다.

분명 눈으로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릴겁니다. 제 목소리는 상상하시는대로 들리실 거구요.


제가 온 화성에선, 지구에선 이상하거나 엉터리, 괴상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저 역시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이 들었죠. 그래서 저처럼 화성 내지는 다른 별에서 오신 분들 중 지구에 적응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방송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뭐랄까요, 지구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이상한 별이니까요. 저 역시 꽤나 오래 고생을 했고, 물론 지금도 고생중입니다만.




오늘은 첫 방송이니까, 지금 제 옆에 딱 붙어 있는 두 명의 지구인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리 집에는 큰 ''''이 있습니다.

큰 김은 김 씨인데 키가 커서 큰 김이고,

작은 김은 역시 김 씨인데 키가 작아서 작은 김입니다.

둘은 쌍둥이입니다.

속지마세요. 같은 뱃속에 머물다 지구에 나왔을 뿐, 실제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좀 옛날 영화지만 여전히 인생명작으로 남아 있는데요.

바로 <다이 하드>라는 영화입니다. 직역하자면 '죽기 (참) 어려워' 정도일까요?

크리스마스 이브 뉴욕의 한 빌딩에서 벌어지는 액션어드벤처코믹감동 가족영화입니다. 제가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인데요,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화라면 사족을 못쓴답니다.


영화엔 바보같지만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두 명의 FBI 요원이 나옵니다.

그 둘이 바로 큰 '존슨'과 작은 '존슨'입니다.

둘 다 존슨인데 한 명은 크고 한 명은 작습니다.

마치 채플린 영화처럼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운 유머의 전형이라고 할까요. 크고 작은 두 존슨은 일을 해결하긴커녕 FBI 요원으로써의 존재감마저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립니다.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 그 둘을 기억하신 분이 꽤 되지 않을까요? 오래 전에 주말의 화 더빙으로 본 그 영화가 아직도 기억나는 건  조연분의 명연기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물론 제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마 영화를 봤어도 그런 사람들이 나오는지 기억도 안나분들도 많을 거에요.


인생이 그렇죠. 누구에겐 잊지 못할 일이 누구에겐 개똥만큼의 의미도 없는.
그러니 남에게 아무리 떠들어봐야 목만 아프답니다.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냅두세요.
지구인들은 참, 남의 말을 안 듣거든요.



말이 너무 옆으로 샜네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볼까요? 아무튼 저희 집엔 큰 김과 작은 김이 있습니다.


큰 김은 성격이 무난합니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아이스크림 하나면 확~ 풀리죠. 먹는 걸 좋아해서 간식값이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아직까진 평범한 지구인이지만,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무섭다는 지구인의 사춘기가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까요. 요즘은 머리 땋기꽂혀 하루에도 수십번 이렇게저렇게 머리를 땋아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골치가 아픕니다. 전 화성에서 머리 땋는 일 따위는 배워본 적도 없거든요.


아무튼 아직까지는 인생은 즐거워를 몸소 실천하며 웃음을 흩뿌리며 사시는 분입니다. 보고 있으면, 뭐랄까요, 이런 지구인으로라면 사는 게 꽤 괜찮아 보인다고 할까요. 부디, 오래도록 이런 자세를 유지해주길 바랄뿐입니다.

게다가 요즘 새로운 꿈이 생겼는데, 그게 참, 황당무개합니다. 헐리우드에 가서 배우가 된 후, 왕자를 만나 그레이스 캘리처럼 왕비가 되겠다나요. 이런걸 꿈이라고 할 수 있으려는지.

전 그냥 웃습니다. 아니 큰 김의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덕분에 왕비의 엄마 역할을 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아마 화성에서 온 사람치고 꽤 성공한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요?




작은 김은 조금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책과 미술, 피아노를 좋아하고 과학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그림을 그리고, 재즈를 연주하는 과학자라니. 부디 우주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가 되면 좋겠네요. 언젠가 제가 화성으로 돌아갈 때 도움을 좀 받게 말이지요.


물론, 이건 제 바람일 뿐입니다. 어린 시절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 많은 아이들 중에 꿈을 이루는 아이는 거의 없으니까요. 지구인들은 어려서는 으례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처럼 원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거창한 미래를 떠들고는 하죠. 아마도 그래야, 어른이라는 존재에게 칭찬이라는 걸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 겁니다. 대통령이 별로인 직업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되고 말이죠. 아무튼 작은 김은 2021년 현재엔 과학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작은 김이 큰 김보다 작은 이유는 당연하지만, 많이 먹지 않아서 입니다. 소위 뱃고래가 참 작습니다. 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예외적으로 뱃고래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시각과 미각, 촉각이 예민해 늘 먹던 음식에 마늘만 살짝 더 넣거나 국물에 파라도 한 조각 떠 있는 날엔 식사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먹을 게 풍요로운 시대에 뭔가를 안 먹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먹어서 문제인 시대니까요. 작은 김은 자신에게 필요한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작은 초식 동물마냥 과일을 좋아하고, 바삭바삭 쫄깃쫄깃한 식감을 좋아해 과자나 오징어, 전복 등도 잘 먹습니다. 뭐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먹으면 되죠. 지구인의 몸은 생각보다 신비롭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저절로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긴 달까요.


제가 온 화성엔 먹을 게 별로 없었죠. 저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배고픔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적어도 밥 정도는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한편에선 음식물 쓰레기가 쌓이는데, 한편에선 배고픈 아이들이 괴로워합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진다면, 좋을텐데요. 작은 김이 위대한 과학자가 되어, 배고픈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좋겠네요. 결국은 과학이 세상을 바꾸니까요.




큰 김과 작은 김은 요즘 체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주 앉아 체스를 두죠. 누가 이기고 지는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시간을 즐길 뿐입니다. 요즘 전 그 둘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둘이 방학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아마 제가 화성으로 돌아가는 걸 망설인다면, 그 이유는 분명 큰 김과 작은 김 때문일 겁니다. 둘이 어떤 지구인이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거든요. 저와는 분명, 백퍼센트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둘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직도 아무도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화성에 머물러 있는, 제 어린 내면아이가 위로를 받습니다.  


큰 김과 작은 김이 출연하는 영화는 부디 해피엔딩이기를 바랍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 영화의 감독자리를 맡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액션과 스릴러, 슬픔과 멜로, 성장드라마도 등장하겠지만, 부디 그 끝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둘에게 딱 한 마디만 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네 삶은 해피엔딩이니까, 안심해'라고 말이지요.




오늘 첫 방송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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