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을 받고 몸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배란기에 통증이 심해지고, 생리 전 증후군의 증상이 심해진 지도 근종이 발견된 3년 전부터다.
악성인지 양성인지 알 수 없는 이 근종은
올해 8 월 실시한 1년 만의 재검 시 2차 변성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이 소식을 들은 후 몸이 느끼는 변화가 무엇인지 더 예민하게 응시하게 되었다.
성욕이 급감한다 이건 심리적 요인인 것 같다. 아이 셋을 낳은 후 남편의 피임수술이 실패하면서 임신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졌다. 관계의 즐거움보다 혹시나 모를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자주 아랫배에 싸한 느낌이 든다. 찌릿하게 아프기도 하고 뭉근하게 저리기도 한다. 배란기의 통증은 점점 더 길어지고 아파졌다.
변비가 생겼고 빈뇨 증상이 있다. 매일 한 번씩 화장실 일처리 하는 건강한 장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요즘엔 가스만 차고 소식이 잘 오지 않는다. 3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방광이 꽉 찬 느낌이다.
하루에 두 번 정도 배터리가 방전된 것처럼 철퍼덕 누워서 일어나지 못한다. 처음엔 육아 번아웃이려니 했는데, 30분 정도 그렇게 누워있으면 다시 밥을 할 힘이 생기는 걸 보니 생리적 변화인 것 같다.
임신을 했을 때는 몸의 변화에 속수무책 당하는 느낌이었다. 임신하길 기대하고 바라는 사회적 시선으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 과정이, 정작 본인한테는 충격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걸
당하기 전까진 몰랐다.
거뭇해지는 겨드랑이와 목, 벌어지는 골반 주위 뼈와 갈비뼈로 인한 몸 부피의 변화, 관절들의 결림, 뼈 시림, 탈모, 가슴 처짐, 튼 살, 처진 뱃가죽.
목욕탕에서 본 할머니들과 중년 여자의 몸을 20대까지는 한껏 부인했었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그 몸이 내 몸이고 내 몸이 그 몸이었다는 연결성을 이제야 깨달아간다.
만약 자궁 속 돌이 악성이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 한번 시작되면 시뮬레이터를 돌려본다.
수술은 어떻게, 항암은 얼마나, 아이들과 남편은... 아직은 너무 이른데... 하나님 저 십오 년 정도만 아니 이십 년 정도만 더 살면 안 될까요? 읊조린다.
금요일엔 다른 병원에 재검을 받으러 간다. 어떤 소견이든 다양하게 듣고 고민하고 결정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