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처음 메일 주소를 만들 때
연애하던 오빠가 보내준 메일에 비 내리는 호수가 있어서
그게 좋아졌다
호수 그리고 비
우울과 서정의 끝인 이 조합은
이후 20년이 넘게 함께 해주었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자궁 속 편안함이다
우산에 떨어지는 것은
혼자만의 세상에 똑똑똑, 인사해주는 친절함이다
비를 맞고 있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게 없다
생명력 가득한 그 싱그러움
물에 떨어지는 또 다른 물방울은
겸손함이다
내가 너였고 너가 나였다는
연대감이다
그래서 물이, 비가 좋다
그처럼 살고 싶다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