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호 Oct 31. 2023

아이에게 일어난 불행이 엄마 때문인 것처럼 느껴질 때

타인의 인생으로 어깨가 무거워 주저앉은 날

아이가 눈이 잘 안 보인다고 일 년 전에 얘기했었다.

안경 낀다고 시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아직 5살이니까 조금 더 크면 병원 가보자 하다가

늦어졌다.


5개월 전 동네 안과에 갔고 의사는 안경 쓰죠.라고만 말하고 시력이 얼마니 상태가 어떻다니 등의 설명은 하지 않았었다.


그즈음 친정아버지가 전립선암 4기 진단을 받으셔서

정신을 못 차렸었다.


아이의 눈상태를 제대로 설명해 주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새로운 병원을 찾겠다는 의지를 실행하지 못하고


최근 더 안 보인다는 아이말에 덜컥 놀라

다시 동네병원에 갔다.


의사가 검사결과를 보더니

실실 웃으면서

"왜 안경을 안 맞췄어요"

실실 웃는다


상태를 설명하지 않고 비꼬는 듯 웃는 태도가 어이없어서

"왜 웃으시는 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상태가 어떤지 설명을 해주셔야죠"

했다가


또실실 웃으면서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거예요"


"안경 씌우란 말씀이신 거죠 씌울게요"


"애 약시인데 안경 안 씌워서 지금 더 나빠졌잖아요

제 말하는 태도가 맘에 안 드시나 본데

진료의뢰서 써드릴게요 다른 병원 가시던가요"


"안경 안 씌운 건 제잘못인데

선생님 저번 진료 때 약시라고 설명 안 하셨고

안경만 씌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웃으시는 게 전 이해가 안 되네요"


"어머님이랑 싸울 일 없고

안경이나 씌우세요"


아이 앞에서 의사와 싸우는 말투를 주고받은 게 마음이 걸려

울그락불그락 마음을 눌러가며


"**야 미안해 놀랐지. 엄마가 **약시라는 말 듣고 걱정되고 놀랐나 봐. 근데 안경 쓰면 괜찮을 거야. 엄마도 어릴 때 눈 나빴었어 괜찮아"


안경을 맞춰 씌우고 태권도장에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눈물이 났다.


의사에 태도에 화가 나고

아이의 불행이 나 때문에 더 짙어진 것 같아 속상하고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겪고 있어서 남편이 밉다


이감정에서 어떻게 헤어 나올지 모르겠어서

저녁일정도 대책 없이 빠져가면서 글을 쓴다


글쓰기 전엔 배가 고파서

친정엄마표 무생채에 친구친정엄마표 유기농들기름을 둘러서 비벼먹었다

그랬더니. 좀 힘이 난다.


엄마라서 비난받고

엄마들로부터 위로받는다


아이는 이제부터 안경 잘 쓰면 된다

5개월 늦게 씌워서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그땐 또 그럴 수밖에 없었고

나름 최선으로 살고 있었다.


아이의 불행이 더욱 짙어지지 않으려면

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불행을 견디어 이겨나갈 수 있을 테니.




작가의 이전글 코딱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