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의 얼굴 위로 그 하얀 김이 닿았다.
그 순간, 그는 마치 불에 데인 사람처럼 반사적으로 상체를 뒤로 물렸다.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그는 손을 들어 코앞의 공기를 휘저었다. 안경 렌즈가 김 서려 뿌옇게 흐려지자, 그는 신경질적으로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표정은 '감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명백한 '경계'였고, 자신의 통제가 벗어난 상황에 대한 '불쾌감'이었다.
"…이게 뭡니까."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건조했던 목소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혀 있었다.
"냄새가… 전혀 통제되지 않았잖습니까. 겉만 흰색으로 포장했을 뿐, 속은 여전히 시끄럽고 무질서하군요. 이건 기만입니다."
그는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차갑게 식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제가 원한 건, 아니 도시가 규정한 것은 완벽한 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칼을 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냄새가 쏟아져 나오는군요. 마치 숨겨둔 폭탄처럼. 이게 안전하다고 주장할 셈입니까?"
'도시가 규정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순간 그가 정정한 그 말속에서, 나는 그가 자신의 개인적인 불안을 거대한 시스템의 권위 뒤로 숨기려 한다는 것을 읽어냈다. 그는 지금 눈앞의 요리에서 '향기'를 맡은 것이 아니라, 규율을 위협하는 '위반'을 목격한 것이다.
나는 그를 재촉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견고한 옹벽일수록 작은 균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나는 그가 느끼는 불쾌감이 그의 기준에서는 당연한 것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겉모습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기에,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들이 더 문제같이 느껴지셨을 겁니다."
나의 차분한 응수에 정도원은 멈칫했다.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읊어주자 공격의 방향을 잃은 듯했다.
나는 나를 노려보던 그의 날 선 반응 속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과거의 나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을 보았다. 내가 처음 '파란색'에 대한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아버지는 나를 마치 오작동하는 기계 보듯 했다. 나의 호기심은 그에게 위협이었고, 나의 질문은 그의 평온을 깨뜨리는 소음이었다.
그때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내 질문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그런 질문을 품은 나조차도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는 확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러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시멘트 속에 가두었다.
지금 정도원이 느끼는 감정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흰색의 세계'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흰색 종이 안에서 기만당했다고 느끼는 순간의 배신감. 그 감정을 부정당한다면, 그는 영영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첨탑 위에서 그 아이가 나의 두려움을 비웃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었기에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듯, 나 또한 그의 당혹감을 먼저 안아주어야 했다. 나는 숨을 고르고, 그가 느끼는 배신감의 정체를 있는 그대로 언어화해주기로 했다.
"정돈된 흰색 종이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나왔으니, 통제가 깨졌다고 생각되어 불쾌하신 것도 당연합니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종이 꾸러미를 쏘아보았다. 내 말이 그의 마음속 빗장을 아주 조금 느슨하게 만든 듯, 그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불쾌한 정도가 아닙니다. 이건 위험한 겁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건, 언제든 시스템을 속이고 붕괴시킬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내부에 저런 열기를 품고 있다면, 포장지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겁니다."
그는 다시 안경을 집어 들었지만, 쓰지 않고 만지작거렸다. 맨눈으로 보는 세상이, 혹은 눈앞의 김 서린 요리가 그에게는 너무나 불안정해 보이는 듯했다.
"안에서 차오르는 압력이 결국 겉을 파괴할까 봐, 그 붕괴가 염려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는 짧게 끊어 뱉었다. 그의 논리는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가 쌓아 올린 세계가 무너지지 않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부드럽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감사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억지로 가둬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터져버리겠죠. 그게 가장 두려우신 거고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찢어진 종이 틈을 가리켰다.
"그런데 감사관님, 지금 이 요리를 봐주시겠습니까? 종이가 터졌나요?"
정도원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갔다. 찢어진 틈. 그곳으로 김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종이는 부풀어 있었지만, 찢어지거나 폭발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은, 버티고 있군요."
"네. 틈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틈으로 열기가 빠져나가고 있어서, 종이는 터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나는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위험해 보이는 그 열기가, 저 작은 틈 덕분에 안전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감사관님이 직접 열어주신 그 길로요."
정도원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김이 빠져나가는 그 작은 구멍을 응시했다.
'붕괴'가 아니라 '해소'. 그 차이를 머리로는 이해하기 시작한 듯했다. 하지만 마음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는 다시 안경을 썼다. 그리고는 마치 실험체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포크를 들었다.
"…맛을 보죠. 하지만 제 기준에 조금이라도 거슬린다면, 그 즉시 폐기입니다."
그는 여전히 방어적이었다. 하얀 생선 살을 아주 조금 떼어냈다. 소스도 묻히지 않고, 가장 깨끗해 보이는 부분만 골라 입에 넣었다.
그는 씹지 않고 한참을 입안에 머금고 있었다. 마치 독이 든 음식인지 검사하는 사람처럼. 미간에는 여전히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식당 안의 공기마저 숨을 죽인 듯했다.
"……."
그의 턱이 천천히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기계적인 저작 운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씹을수록 그의 표정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맛있다'는 감탄이 아니었다. '의아함'에 가까웠다.
"…이상하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어떤 점이 이상하게 느껴지십니까?"
"무질서해야 하는데… 질서가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번 포크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조각이었다.
"여러 가지 향이 뒤섞여 있어서 소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서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레몬은 생선을 침범하지 않고, 허브는… 허브는 냄새를 덮는 게 아니라 받쳐주고 있군요."
그의 목소리에서 날 선 기운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혼돈'과 실제 혀끝에서 느껴지는 '조화' 사이의 괴리감을 메우려 애쓰는 듯했다.
"혼란스러우신가 봅니다. 예상했던 공격성이 느껴지지 않아서요."
"네. 분명 자극적인 요소들인데… 왜 공격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지…."
"어쩌면…."
나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 재료들이 싸우지 않고 서로를 견디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 좁은 종이 안에서, 뜨거운 열기를 함께 견디며 서로에게 스며든 겁니다. 감사관님이 우려하셨던 '폭발'이 아니라, '융화'가 일어난 거죠."
정도원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물 컵을 쥐었다. 그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컵을 꽉 쥐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이 흔들리는 것을 붙잡으려는 필사적인 버팀이었다.
"융화…."
그는 그 단어를 낯설게 발음했다.
"저는 섞이는 것은 곧 오염이라고 배웠습니다. 순수한 것만이 안전하다고. 그런데 이것은… 섞였는데도, 안전하군요."
그는 시선을 떨구고 자신의 흰색 소매를 바라보았다. 티끌 하나 없는 순백색. 하지만 그 순백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쳐내고, 억누르고, 막아왔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안전하게 느껴지신다면, 다행입니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 요리는 감사관님을 해치려 온 게 아니라, 위로하려 온 거니까요. 그동안 완벽함을 지키느라 긴장했던 감각들에게, 잠시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정도원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감정적으로는 동요하고 있으나, 이성적으로는 여전히 '규정을 어겼다'는 죄책감과 싸우고 있는 듯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밤새 파고들었던 법령집의 문구들을 떠올렸다. 그가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마지막 빗장을 열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시청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시민의 정서적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안정은 무조건적인 억압이 아니라, 적절한 이완에서 오니까요."
나는 그의 굳어있는 어깨와, 여전히 긴장으로 뻣뻣한 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또한 '효율적인 영양 섭취를 위한 표준'이라는 기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긴장으로 굳어버린 위장은 아무리 완벽한 영양소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먼저 긴장을 풀어주어야 소화도, 흡수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요리는,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라 규정의 본질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규정의 본질.
그 말이 정도원의 방어기제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열쇠가 되었다. '나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본질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명분은 그에게 이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허가증이 되어주었다.
정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시 포크를 들었다. 이번에는 망설임이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그는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접시를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침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내면에서 무너져 내리는 벽의 잔해를 스스로 치울 시간을 주는, 존중의 시간이었다.
마지막 조각을 삼킨 그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그의 동작은 여전히 절도 있었지만, 들어올 때 보였던 그 위압적인 강박감은 한결 옅어져 있었다.
그는 가져온 서류를 펼쳤다. 내가 표준 메뉴를 개발했다고 하며 제출했던 '표준 메뉴 제안서'였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학생."
그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불렀다.
"네."
"이 식당이… 도시의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말은 여전히 단호했다. 나는 긴장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펜을 움직여 서류 귀퉁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도시에 숨 쉴 곳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반박하기 어렵군요. 모든 구멍을 막아버리면 결국 벽이 무너진다는 그 말…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서류를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조건부 승인'. 글씨체는 여전히 칼로 잰 듯 반듯했지만, 잉크가 덜 말라 번진 자국이 보였다. 그것이 마치 그의 마음 한구석에 생긴 작은 틈처럼 보였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가 안경을 고쳐 썼다. 회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여전히 엄격했지만,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감찰을 나오겠습니다. 이 '숨구멍'이 과도하게 커져서 벽을 무너뜨리지는 않는지, 아니면 막혀서 다시 압력이 차오르지는 않는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습니다. 기준을 넘어서면, 다시 통제할 겁니다."
그 말은 감시하겠다는 경고였지만, 동시에 자신도 이곳에 와서 숨을 쉬고 싶다는 서툰 요청이기도 했다. 자신의 통제하에, 안전하게 무장해제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고백.
나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언제든 가장 안쪽, 방해받지 않는 자리를 비워두겠습니다. 감사관님이 필요하실 때마다 오셔서, 직접 확인해 주십시오."
정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다시 완벽한 흰색 정장의 감사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문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은 들어올 때처럼 뻣뻣하지 않았다.
그가 문 앞에 섰다. 나갈 때는 들어올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문고리를 잡았다.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밤안개가 밀려들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안개를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직하게 한마디를 남겼다.
"…따뜻했습니다."
문이 닫혔다.
그 한마디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맛있다'거나 '훌륭하다'는 말보다, 그 차가운 요새 속에 갇혀 있던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감각.
주방 커튼이 젖혀지고 사장님과 그 아이가 튀어나왔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그들의 얼굴이 내 손에 들린 서류를 보고 환하게 피어났다.
"조건부지만 승인이야!"
내가 외치자 사장님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안도감에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며 웃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네가 만든 요리가 통한 거야. 그 콧대 높은 벽에 구멍을 냈어."
나는 정도원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빈 접시 위에는 찢어진 유산지만이 남아 있었다. 억지로 뜯어낸 것이 아니라, 칼집을 따라 자연스럽게 벌어진 종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도 저런 것이 아닐까. 억지로 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작은 틈을 내어주는 것. 그리고 그 틈으로 따뜻한 김이 새어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자, 이제 다시 불 켜! 내일부턴 진짜 우리 요리를 하는 거야."
사장님의 힘찬 목소리에 식당 안의 공기가 다시 활기로 채워졌다.
나는 창가로 다가갔다. 유리창 너머 안개 속으로 멀어지는 정도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알 것이다. 자신이 숨이 막힐 때, 안전하게 도망쳐올 수 있는 작은 샛강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창문에 입김을 불었다. 뿌옇게 흐려진 유리창 위에 손가락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윕 홀(Weep Hole). 그 작은 구멍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따뜻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안개 낀 도시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우리는 또 하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