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에 반응하는 내 몸 : 재채기, 콧물, 눈 가려움
월화수목금. 주 5일 수영레슨을 받았다. 꼬박꼬박 나가는 모범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신경이 남달라 열을 가르치면 하나를 잘할까 말할까 하는 몸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2년 넘도록 다니다 보니 이제 조금 접영을 할 줄 알게 됐다. 물론 폼은 엉성하지만 25m를 끝까지 가긴 간다. 그런데 해를 넘겨 다니다 보니 하루하루 손톱만큼 늘어나는 수영실력이 무색하게 몸의 변화는 곱절로 느껴진다. 40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 탓일까 아니면 수영 생활이 오래되어 그럴까 수영장물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수영의 매운맛, 알레르기
오늘도 재채기를 하며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까지 책 읽는 소파 옆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놓여 있다. 풀어낸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러 가는 일이 번거로울 정도로 잦은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주르륵 흐른다. 휴지를 깜박하고 옆에 두지 못 해 흐르는 콧물을 참아냈다간 어느새 책에 닿을 지경이다. 그나마 맑은 콧물이라 다행이지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수영 실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만큼 나의 알레르기 증상도 조금씩 커져갔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는 없던 증상들. 재채기로 시작하더니 이제 콧물이 한가득이다. 오전 내내 콧물을 풀어내느라 바쁘다.
긴 시계열을 두고 타협점 찾기
요즘은 눈까지 예전 같지 않다. 평소 안구 건조증이 있는데 전보다 더 뻑뻑하고 심한 날은 따갑기까지 하다. 이런저런 불편한 증상으로 수영을 하고 온 날에는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자는데도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재채기와 콧물이 찾아온다. 건강하자고 하는 생활체육인데 다음날이 괴로우니 결단이 필요하다. 주 5일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는 걸 줄이자! 그래도 내 꿈인 ‘접영 하는 할머니’에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 이제 타협점을 찾자. 긴 시계열을 두고 조금씩 하다 보면 할머니가 되었을 때 ‘접영 하는, 그것도 잘하는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그리하여 2년 넘도록 고수하던 월화수목금 강습을 화목반으로 대폭 줄였다.
월수금 수영과의 이별
오랜 시간 반복하던 일을 줄이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수영을 주 5회 나가면 힘들지 않냐고 묻는 분에게 “하루 24시간 중 1시간인데요 괜찮아요.” 했던 만큼 수영을 즐기고 있던 터라 월수금 강습을 취소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강습을 안 하기로 결심하고 다음 달 등록을 취소했지만 “회원님, 하이엘보우를 하니 자세가 훨씬 나아졌어요. 아주 좋아요. 다리를 조금 더 띄우도록 노력해 보세요.” 하는 칭찬을 더한 피드백을 듣는 순간 그간 힘들었던 자유형을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접수처에서 회원증을 되찾으며 “다음 달 강습취소, 취소할게요”를 외친다. 그리고 다음날 줄줄 흐르는 콧물을 맞이하고는 다시금 눈물을 머금고 “강습 다시 취소요”를 외치길 여러 번이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고 결심을 했지만 나이 들어 칭찬받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칭찬 한마디에 “좀 더!”를 외치곤 한다. 결국 접수처의 빠른 행정 처리 덕분인지, 때문인지 환불금액이 내 통장에 꽂히고 더 이상 수강정정이 어렵고 나서야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아마도 행정 처리가 늦어져 환불이 늦어졌더라면 지금도 월화수목금 매일 나갔으리라. 매일 아침 콧물 닦으며 말이다.
엄마는 수영이 없어지고
아이들은 게임이 없어지고
아주 오랜만에 수영 없는 월요일 저녁 8시를 맞이한다. 회사를 졸업한 이후로 학기 중 저녁시간에 아이들 공부를 봐주긴 처음이다. 엄마가 저녁시간에 수영장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며 공부를 봐주니 아이들은 자유로웠던 시절은 끝이라면 아쉬워한다. 그간 수영장 가는 엄마의 부재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게임 일상을 선사한 모양이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지금 시의적절하게 수영을 그만둔 것 같다. 이제 수영장에서 수영영법을 트레이닝하는 대신 집에서 아이들의 학습태도를 트레이닝한다. 물론 알레르기만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다녔겠지만 말이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지나가고 새로운 일상이 찾아온다. 개인 일정으로 화목에 한번 빠지면 일주일 만에 수영장에 몸을 담그게 되는데 봄볕이 강한 오늘은 더더욱 갈망한다. 게다가 오리발 끼는 날이다. 수영하는 맛이 더 짜릿하다. 억제된 욕구는 더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긴다. 한 발 한 발 휘저을 때마다 슥슥 앞으로 나아가는 물질이 기분 째진다. 오랜만이라 호흡은 어색하지만 물질은 시원하다. 이 맛에 수영하지! 아쉽지만 매일 쌀밥보다 어쩌다 먹는 라면 맛이 강렬하듯 당분간 이 맛을 즐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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