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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만타 한번 만나고 싶다!

만타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1

by 사이

깜깜한 바다 깊은 곳 저 멀리 커다란 나비 떼가 날아온다. 마치 정지화면처럼 아주 천천히 양쪽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서서히 다가온다. 나불나불 날아 사뿐히 내 어깨를 즈려 밟고 더듬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앉을 것만 같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진다. 작았던 삼각형 모양이 커다란 담요 같다. 앞에는 거대한 뿔 2개와 뒤에는 가늘고 긴 꼬리. 바닷속 무리 지어 유영하는 나비 떼는 '만타'다. 깊은 바닷속에서 그들을 만나면 거대한 몸집과 압도적인 크기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아마도 멎어 버릴 것 같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만타 가오리와의 조우! 아직 나는 '만타'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내 버킷리스트 '만타와의 조우'


만타 가오리는 크기가 대략 6m나 되고 평균 몸무게가 1.5톤이나 된다. 가오리 중 가장 몸집이 크지만 제일 온순하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바닷속 신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즈니 영화 '모아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만타'. 모아나 할머니는 환생한다면 만타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 등에는 만타가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 TV채널을 돌리다 다이버들이 깊은 바닷속 모래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무언가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장면을 봤다. 나지막하게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들이 기다리는 건 만타다” 그들은 본 순간 나는 “우와! 멋지다!" 소리쳤다. 우주에서 항공모함을 보면 저럴까?! 지상이라면 검은 나비 떼다. 다이버들을 깊은 바닷속에 무릎 꿇릴 만큼 위대한 장관! 내 생애 만타를 꼭 한번 보고 싶다. 저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그날 이후 늘 꿈꾸었다. 팍팍한 직장생활에서 남들 몰래 꺼내 보고 피식 웃다 다시 넣어두었던 내 소중한 꿈. '만타'



꿈도 스텝 바이 스텝
수영 다음은 스쿠버 다이빙


은퇴 후 오랜 시간 품었던 꿈을 이제 하나, 둘 실천하고 있다. 오늘은 '만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한다. 만타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지만 두근두근 간밤부터 설렌다. 조금씩 조금씩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작성하는 버킷리스트에 늘 있던, 만타를 만나기 위한 '스쿠버 다이빙’을 오늘 드디어 한다.


체험 다이빙을 아주 멋진 곳에서 했다. 5대 다이빙 포인트인 팔라우와 10대 다이빙 포인트인 피피섬. 특히 팔라우의 바다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미사여구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자연이 낼 수 있는 모든 색들을 다 가지고 있는 바다다. 그런 팔라우가 아닌 세부 바다에서 한다. 자가호흡장치를 착용하고 바닷속을 스스로 유영하는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를 세부에서 따기로 했다.


내가 경험한 세부 바다는 팔라우에 못 미치지만 필리핀의 낮은 물가는 다이빙을 배우는 데 최적의 장소다. 다양한 다이빙 샵, 특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이 많다. 그리고 필리핀 현지 다이빙 마스터들이 교육을 받을 때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오래전 호주에 있을 때 친구가 언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다 중도에 포기했다. 망망대해 배에서 며칠씩 배우는데 한국인은 본인 혼자인 데다 말도 잘 안 통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잘못 알아듣고 하다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언어장벽과 고립감, 불안감이 그녀를 그만두게 했다.


이곳 세부는 한인샵에서 친절히 한국어로 알려주고 국어로 시험을 보며 한글로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고 명확히 알려주고 알아듣는다. 그리고 바다를 끼고 있어 바닷속 교육장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 초보들이 배우기에 체력소모가 덜 하다. 먼바다로 나갈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함께 하는 현지 마스터분들이다. 필리핀분들에겐 미안하지만 값싼 인건비가 큰 몫 해 오픈워터인 경우 1:2로 마스터가 붙는다. 다년간 바다에 들어갔고 무수히 많은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옆에 있으니 심적으로 든든하고 안도감을 준다. 그들을 믿고 보다 과감하게 유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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