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타를 향한 꿈은 접영 하는 할머니를 꿈꾸게 한다.
저 멀리 만타가 온다. 광활한 우주 속 거대한 우주선. 하나가 아니다. 그들은 떼로 몰려다닌다. 캄캄한 바닷속 깊은 수심 아래 고요히 흐르는 그들. 그들을 조우하고 싶다.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은 오래된 바램. 만타 가오리를 만나고 싶다.
깊은 바닷속 만타 가오리를 만나고 싶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EBS 여행 다큐였던 것 같다. 신들의 바다정원, 팔라우. 팔라우에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대왕 가오리. 몸집 길이가 6m , 무게가 1.5톤이나 나간다는데 물속을 유영하는 그들은 천천히, 고요히, 우아하기 짝이 없다. 커다란 담요(스페인어 manta) 라는데 그 품 아래 있으면 따뜻하고 포근할 것 같다. 그들을 보려고 검정 슈트를 입은 다이버들이 한참을 무릎을 꿇고 앉아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오직 단 하나, 만타. 그들을 보기 위해 한참을 그대로 있는다. 이윽고 주인공 만타가 등장하고 카메라에 담긴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그들을 꿈꾸게 했다. 그날 이후 다이빙을 배워야겠다 마음먹었다. 신혼여행에서 한 체험 다이빙이 전부였는데 만타를 보고 위해, 바닷속 세상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어 스쿠버 다이빙을 꿈꾼다. 그리고 꿈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수영을 위한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타는 멀어진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꾸는 꿈들, 스텝 바이 스텝이다. 만타와 다이빙, 그 기본은 수영, 수영을 할 수 있어야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보다 자유로우리라. 그런데 난 수영을 하지 못했다. 대학시절 한여름에 도전했다 음파 음파 몇 번하고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오래도록 앓고 난생처럼 낯선 축농증이 생겨 수영을 접었다. 으스스 춥다고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닌데도 감기의 원인을 수영으로 돌렸다. 그렇게 빠이빠이한 수영을 만타를 영접하고 다시 시도해 본다. 친구와 함께 수영복 쇼핑부터 하고 서로 약속했다. 꼭 같이 해내자고! 그런데 우습게도 우린 손가락 걸고 맹세한 수영을 생각보다 쉽게 접었다. 난 1번 나갔고 친구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몸을 놀려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단 핑계. 천근만근 퇴근한 몸으로 물속이 아닌 따뜻한 이불속이 더 유혹적이다. 언제나 먼 미래의 꿈보다 코앞에 놓인 쉼이 더 강렬하다. 지금은 수영이 바쁜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쉼’이지만 그땐 그 맛을 몰랐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짧은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수영도 스쿠버 다이빙도 만타도 멀어졌다.
세 번째 도전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는 상황,
회사 복직을 앞두고 선택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3번째 도전. 꿈을 위한 꿈이 아닌, 살려고 시작한 몸부림. 동기부여는 잔인하다. 쌍둥이 육아는 아주 매운맛이었다. 아이들이 100일 전 대부분 잠을 못 잤다. 첫 돌까지 기어 다니는 아이들을 단속하고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데 내 온몸이 갈리는 기분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육아로 몸과 마음이 닳아 없어지는 기분은 상충되지만 공존한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도 포기하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아이들 낳고 돌보지 못한 몸은 늘어진 티만큼이나 늘어나 있었다. 복직을 앞두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낼 수 있었던 시기부터 나는 이윽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너무너무 좋다~! 이전과 다른 맑음! 앞선 두 번의 수영장은 지하에 있었는데 3번째 수영장은 채광이 좋은 1층이다. 오전 내내 햇살이 드리우는 이곳. 이곳에서는 제대로 시작할 것 같다. 좋았던 첫 느낌 그대로 나는 그곳에서 벽 잡고 하던 음파를 벗어나 물에 뜨기 시작했고 드리어 두 팔을 저어 자유형이란 걸 하게 됐다. 배영은 영 아니 올시다지만 등 뒤집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고 양 팔로 물을 눌러 품에 안고 이내 앞으로 뻗는 평영은 제법 잘했다. 비교적 나보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 틈바구니에서 배우는 수영은 동기부여가 된다. 저분들도 하시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할 수 있다. 그냥 해보자. 하다 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5개월을 보냈고 어영부영 자유형, 배형, 평형은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는 복직을 했다.
몸과 마음이 바닥칠 때 마주한 것은 결국에 수영이다
2년의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장생활은 몸은 바빴지만 즐거웠다. 헌 티셔츠 바람에 집안일만 하다 번듯한 외출복을 입고 출근하는 회사생활은 신바람 난다. 우쭈쭈 옹알거리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한층 나아가 어른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출근길은 가볍다. 무엇보다 가계에 보탬이 되는 월급은 자존감과 자긍심을 드높인다. 또 다른 시작은 에너지가 농축되어 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그 사이 축적된 에너지는 그 농도가 옅어지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체력은 바닥을 찍고 멘털이 나가던 시절. 수영과 다시 재회한다. 힘들 때 그 끝은 ‘너’ 구나. 반갑다. 오래도록 바라보지 못한 무심한 나를 받아 주렴. 그렇게 나는 다시 수영가방을 집어 들었다. 코로나 끝물. 마스크를 못 쓰는 수영장은 한가롭다.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시기! 몇 년 전 했던 수영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그때보다 수월하게 초급반을 보내고 드디어 접영 발차기를 시작했다. 육아 휴직 시절 ‘접영 잘하는 할머니’를 영접하고 그분처럼 ‘접영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는데 그 꿈에 좀 더 다가간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는 웨이브를 타고 흐르는 접영은 신기했고 오리발을 끼고 꾹꾹 물을 눌러 날아오르는 접영은 나를 한껏 들뜨게 했다. 설령 그것이 오리발 수업이 끝나면 벗어야 하는 신데렐라 구두일지 라도 오리발을 끼고 하는 접영 기분 그대로 나는 내 꿈에 한층 다가간다.
접영을 맞이한 지 3년 차 되는 해이지만 여전히 접영은 어려운, 잘 되지 않는 영법이다. 물론 자유형도 25m 3바퀴를 돌면 숨이 헉헉 되어 다른 분들보다 뒤처지기 일쑤라 아예 마지막에 출발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접배평자(접영-배영-평영-자유형)를 할 수 있다. 잘은 못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수영을 하고 있다.
언젠가 이윽고 내 꿈에 다다르리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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