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낭만, 오늘의 재난

하노이 추석은 언제나 태풍을 타고

by 사이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과 다릅니다.

관광 스폿을 가기보단 삼시세끼 밥 주는 호텔에서 편히 쉬다 오는 여행입니다.

가볼 만한 곳이 아닌 머문 곳의 편안함을 이야기합니다.




* 24년에 이어 25년 추석에도 하노이에 태풍이 찾았습니다.

* 작년에는 태풍경로를 피해 호찌민 경유했는데 올해는 릴레이 태풍이라 피하질 못 했네요.

* 추석 전후 가신다면 태풍 확인하세요. 도심이라도 도로사정이 안 좋아 침수지역이 많습니다.



하노이에 입국하기 전 이미 태풍이 지났는데

하롱베이에서 1주일, 옌뜨에서 3일을 보내고 나니 또 다른 태풍이 왔다.


옌뜨에서 심신의 안정을 주었던 처마 끝 빗방물은

하노이로 가는 길목에선 심신을 옥죄는 대혼돈의 쓰나미였다.


안락한 공간에서 적당히 내리는 비는 낭만이지만

장대비를 온전히 때려 맞고 있으면 재난이다.


하노이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숙소 진입로가 침수되어 진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다른 호텔을 예약해야 하나 갈팡질팡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4인승 자동차가 바퀴가 들려 물에 출렁이는 모습을 보니 아찔하다.

옆차가 출렁일 때마다 7인승 SUV였던 우리 차는 배터리 경고음이 삑삑 울려 된다.


게다가 정체구간이라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상황.


커다란 바퀴의 대형 트럭들은 물살을 가르며 힘으로 밀고 가는데

그 힘에 밀려 작은 차들은 물 위에서 더욱더 흔들린다.


이러다가 맨홀을 뚫고 물줄기라도 쏟으면 어쩌나 안절부절.

무의식적으로 두 손 모아 쥐고 기도하게 된다.


2시간 30분의 이동시간 중 수중 정체구간 30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그 구간을 벗어나고 도심 탄탄대로를 달려

목적지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 부근에 오니 다시금 물난리다.


대로가 기울어져 1차선은 통행이 가능한데 끝으로 갈수록 물이 차올라 진입불가.

거대한 호텔이 코앞인데 차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갈팡질팡이다.


그나마 돌고 돌아 호텔 메인 입구가 아닌 그 옆 출입구는

7인승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는 기사의 판단에 "GO!" 하기로 한다.


젊은 기사님이 씩- 미소 지으며 "Ready?" 하는데 나이 든 아줌마 움찔하며 "Yes"

기사님이 용기를 내주신 덕분에 삑삑 경고음과 함께 우린 그래도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메인 출입구로 진입하려다 1차선에서 막혀 그대로 물바닥에 캐리어를 내려주는 다른 기사님을 보니

우리 기사님의 센스와 용기에 큰 감동과 박수를 보내며 더불어 두둑한 봉투로 화답했다.


어제 요가룸에서의 빗방물을 낭만이었지만

오늘 길바닥에서의 물폭탄은 재난이었다.


추석 전후 하노이에 가신다면 꼭 태풍을 확인하세요

작년에도 올해도 태풍이 찾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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