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호 Nov 16. 2022

러닝 1년 동안 하면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런린이의 첫 10km 완주에 대한 소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늦여름의 열기와 초가을의 한기가 적당히 어우러지던 작년 어느 날, 나는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 함께 일하던 인도네시아 파트너 때문에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올라 있었던 차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달리기가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극복에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분이 안 좋거나 마음이 소란스러울 땐 그저 동네를 산책만 해 왔었는데, 달리기를 해 봤더니 마음이 꽤나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첫 시작이라 2km 정도를 달렸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난 어릴 적부터 끈기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는데 2km를 달리고 나니 뭔가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를 지금까지 1년 정도 계속하고 있다. 달리기라는 운동이 기본적으로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매일 할 수는 없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많게는 세 번씩 했지만 출장이 겹치거나 이직하고 난 초기에는 한 달가량 못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의 2022년 목표 중 하나는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증을 받는 것이었다. 얼마 전이었던 JTBC 마라톤 대회를 최종 목표로 삼고 연습해 왔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참가할 수가 없었다. 훈련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나는 단 한 번도 10km를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달려본 거리는 8km였는데, 종아리와 발목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6km 만 달리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왔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7~8km를 달리곤 했지만, 이렇게 운동을 한 다음날은 어김없이 종아리와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직 레벨업의 시기가 아닌 듯싶었다.  

 어제도 어김없이 6km 달리기를 하던 중, 어떤 소년의 옆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나에게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1년 남짓 러닝을 하는 동안 처음 겪는 일이라 경황이 없었지만 고맙단 말을 할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감사하단 인사를 건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만날 일이 없을 누군가에게 응원을 건넨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그 아이의 따뜻함이 나의 마음에 은근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응원 덕분인지 처음 목표였던 6km 지점에서도 몸이 꽤나 가뿐했고, 조금만 더 달려볼까 싶어서 뛰다 보니 10km까지 달리게 되었다. 약간은 허무하게 태어나 처음으로 10km 완주에 성공해 버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일단 10km를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뿌듯했다. JTBC 마라톤 참가를 하지 못해서 속으로 계속 아쉬워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그 아쉬움을 조금은 달랜 것도 같다.

 비록 올해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진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다. 목표는 1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약간 버거운 목표이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기 때문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내년에 하프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싶다. 10km 완주가 그랬듯이 하프코스 완주도 나에게 거대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리라 믿는다.


 나에게 응원을 보낸 그 아이는 자신의 파이팅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오랜 목표를 이루게 한 깊고 진한 응원이었다는 것을 알까?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아는 천 개의 단어가 모두 파랑파랑 한 하늘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