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길에 닭이 그냥 돌아다녀요
싱가포르 길거리에서는 심심치 않게 닭을 만날 수 있다.
어미닭 뒤를 종종 쫓아다니는 귀여운 병아리들도 있다.
처음에 닭을 보았을 때는 아파트 단지였다.
풀 밭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니까 벼슬이 화려한 수탉이 있었다.
'닭? 왜 여깄어?'
처음에 든 생각은 누군가 키우는 닭이 도망쳤나 싶었다.
왜,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초등학교 앞에서 평아리를 많이 팔았다.
개중에 살아남는 아이들이 닭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살아남은 닭인가 싶었다.
그런데 조금 더 걷다 보니까 다른 닭이 보였다.
심지어, 높은 건물이 줄지어선 지하철 주변에도 닭을 만났다.
마천루 사이에서 만난 닭 가족.
엄마 닭 아래에 병아리가 숨어있다.
싱가포르 길거리에 있는 닭은 '적색야계(red junglefowl)'다.
적색야계는 닭이 가축화되기 전, 그 조상뻘이라고 한다.
닭보다 가축화가 덜 되어 있고, 날개 퇴화가 덜 돼서 닭보다 더 많이, 높게 날 수 있다.
일부 적색야계는 외적인 특징으로 목이나 부리 주변에 흰 털이 난다고 한다.
참고한 아티클: IN FOCUS: The wild chicken population in Singapore – living with feathered ‘neighbours’
적색야계는 '들닭' 또는 '야생닭'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보다 동남아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길냥이도, 비둘기도 아니고 야생 닭을 도심에서 보니까 신기했다.
게다가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보니까 더더욱.
벌금으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야생 닭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야생 닭의 개체수는 싱가포르 정부의 이슈이긴 한 듯했다.
위에 링크한 기사를 보니까,
2017년에 싱가포르 정부가 24마리의 야생 닭을 포획해서 안락사를 했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류 독감의 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매우 이 사건을 유감스럽게 보았다.
야생 닭을 죽이는 것에 매우 크게 반발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길냥이를 대하는 따뜻함인가?
야생 닭들은 저만의 방법으로 도시에서 살아남고 있었고,
(적어도 인터넷 기사로 보았을 때는) 사람들과 공생하고 있었다.
야생 닭을 보면 왠지 깊은 곳에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 닭과 함께 있는 병아리를 보면 더더욱 마음이 몽클해졌다.
반면, 야생 닭이 우는 소리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길을 지나가는 와중에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만약 매일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누군가는 불쾌함을 느낄 것도 이해가 됐다.
야생 닭은 아직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사회적 이슈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를 공유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야생닭을 검색했을 때, 길을 건너지 않고 '날아간다'는 글을 보았다.
그만큼 닭보다는 날개가 발달되어 있다는 걸 표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초록 불에 맞춰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닭을 보았다.
'왜 날아서 길을 건너지 않고 걸어서 건너지?'
라는 의문도 잠시,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엄마 닭을 따라서 열심히 길을 건너는 병아리들 때문이었다.
건물이 우거진 도심에서 야생의 존재를 느꼈던 찰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