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작은 손

by Sailing

그 무른 손을 꺼내어 본 것은 생후 한 달은 됐을 무렵이다.

병원에서부터 조리원까지 늘 깨끗하게 씻겨서,

속싸개에 폭 싸인 채로 내 품에 안겼기에


긴장하며 목욕시킬 때 말고는

그 작은 손을 꺼내어 만질 엄두를 잘 못 냈다.



"손싸개를 빨리 벗기는게 발달에 좋대"



그 말 한마디에

손싸개와 속싸개를 벗겨놓기 시작했다.






작다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손은 보드랍고, 무르고, 몰캉했다.

핏기라기 보다 투명하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만큼


내가 아는 사람의 손 같지 않았다.

아기 인형의 손 모양이 정말 신생아 손 모양과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뼈도 핏줄도 관절의 형태도 잘 보이지 않고

표면을 스치기만 해도 보드라움이

숨결같은 촉감





주먹을 꼭 쥔 손을 스스로 펴는 데에만

수 날이 걸린다는 것도.


꼭 쥐었던 손바닥 지문 사이에

부들부들한 때가 끼어 있던 것도,

다섯 손가락 전체로 내 손가락 하나를 꼭 쥔 손의

힘이 생각보다 센 것도 처음 알았다.


아기가 손을 펴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손가락이 각자의 속도로 느리게 펴지고 오므려지며

공기 속을 살짝이 건드려 보는 듯한

모습도 처음 알았다.






표면적


열 손가락을 펴서 내 가슴을 쥐고,

실은 살포시 얹혀 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젖을 빨 때,

온몸을 늘여뜨려 안겨가느다랗고 몰캉한 손끝이

내 팔뚝과 허벅지에 닿일 때


딱 그만큼의 작은 표면적이

따땃하게 느껴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손 끝이 가느다래서 그런지

바닥의 작은 먼지도, 뭔지 모를 작은 조각들도

한 번에 꼭 집어올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작은 손으로

이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게 될까'






손톱


아기의 손톱은 작은 가위로 잘라야 한다는 것을.

얇은 비닐처럼 잘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모유 수유를 끝낸 후, 거나하게 잠든 아이의

손을 잡고 부들대는 내 손을 진정시키며

그 어느때보다 집중하여

처음으로 손톱을 잘랐던 날

처음 자른 그 손톱이 너무 소중해 버리지 못했다.



아기의 손톱은 점점 딱딱해졌고,

때도 끼기 시작했으며

손톱 옆 거스러미가 생기기도 했다.


생각보다 자주 손톱을 깎아준다.

이제는 처음 그 순간의 조바심은 사라졌고

숙련된 손동작으로 열 손가락을 살핀다.







신생아 때부터 도통 입면에 드는 시간이 길었던 아이.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고, 트름시키고

1시간 넘게 안아 재웠던 아이는

세 돌이 가까이 와도 불끈 방 어둠 속에서

1시간 넘게 조잘거리고, 나를 뛰어넘어 뒹굴거리며

잠든다.





아기가 졸려할 때, 잠이 드는 순간에

손과 발이 점점 따뜻해 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게 예쁜 아기라도 한 시간 넘게 자지 않으면,

나는 자꾸만 뜨뜻해지는 중인지 확인하려고

손과 발을 조물락거렸다.






한 몸


출산 후 두세달을 둘이

하지만 마치 혼자 고립된 것처럼 지낼 때,

나는 자주 아이의 손과 발을 들여다 봤다.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다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작은 손과 발이 결국 내 품에

안겨 있는게 세상 신기했다.





태동이 없을 때부터

아이의 안부를 묻고 싶을 때

배에 손을 자주 갖다 대었다.


아이는 태동이 강한 편이었다

수시로 나에게 잘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태동이 오면 안도했다.


태동이 뜸하면

배 이곳 저곳에

천천히 하지만 깊게

손을 대었다.



꿈틀.



재차 손을 대면

고맙게도 꿈틀


어쩌면 자고 있는

너를 귀찮게 깨운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상상속에는

배를 사이에 두고

나의 손과 너의 작은 손

맞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발?






시간


갑자기 전부 바뀌어 버린

생활에, 앞으로 바뀔 삶의 경로에

당장 자지 못하고 아픈 몸 상태에

가끔 우울이 등 뒤에

크게 덮치는 날도 있었지만,


내 평생 처음 보게된 것들을

소중히 관찰하며

너의 몸과 나의 몸이 하나인 것

같았던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졌고,


이제는 집중해서 기억해 내지

않으면 다 흩어져 갈 것 만 같다.





세살배기인 이 시간도

나중에 그렇게 느껴지겠지.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너의 손에서 벌써 굳은살을 볼지도

몰랐던 이 시간을



너무 아깝고 아까워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흐리게나마 떠올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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