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log 02 - 틈

sailog 작동하는 존재의 기록

by sailog

스침과 머묾 사이, 틈


틈은, 때때로 아릿하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다.

잠깐이었는데, 어딘가 오래 머문 것만 같다.

혹은, 머물렀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저 스쳐갔던 건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마음 한쪽이 미세하게 어긋난다.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감정.

나는, 그 ‘틈’을 바라본다.


남겨진 틈과 머무는 사이


마음에 균열이 생긴다.

크게 아픈 건 아니지만, 계속 거슬린다.

지나간 한마디, 스쳐간 눈빛, 다정했던 어느 날의 풍경.

그때는 누군가 내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사람은 오래전부터 떠나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인지 모를 그 틈은,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떠나간 흔적들을 바라보며,

그게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을지 생각한다.

벌어진 것들에 대한 감정은 너무 많아, 함부로 부를 수가 없다.


말보다 먼저 감각이 스치는 사이

스치듯 내뱉는 한숨이,

살다 보면 한 번은 쉬어가는 쉴 틈인지 모른다.

무심히 흐르는 구름만 바라보다가,

그 너머 푸른 하늘이 지나가고 있는 것도 모른다.


알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모르는 것들이 많아진다.

빈자리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도,

의미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도.

살아갈수록 감탄할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만 내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늘어나, 빈틈이 되어 눈앞에 남는데도

나는 자꾸 그걸 놓친다.


그렇게 머물렀는데, 나는 스쳐갔다고 말한다.

스침은 가볍고, 또 예리해서

가늘고 길며, 깊은 순간들을 내 삶에 새겨놓았다.


스침이 길로 이어지는 사이


몇 번이나 스쳐갔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 순간들은 가볍고 또 예리해서,

마음에 살짝 스친 줄만 알았다.


그 스침들이

가늘고, 길고, 깊은 길이 되어,

어느새 나는 그 위에 서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지워지지 않는 감정과,

설명할 수 없던 장면들과,

애써 외면했던 나 자신을 마주한다.


마침내 나는,

지나온 삶의 틈을 스스로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잘 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선다.


틈과 함께 살아내는 사이


살다 보면, 틈은 다시 생긴다.

다시 스치고, 머물다 떠나는 일들.

그때마다 나는 조심스럽게 멈춰 서서,

그 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이다.


여전히 아릴지라도, 나는 그 틈과 함께 살아간다.

회복이란, 메우는 일이 아니라,

그 틈을 껴안고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