航.log 07 - 심연으로 들어가다

sailog 작동하는 존재의 항해

by sailog

살아있는 항해사에게 난 숭숭 뚫린 구멍은

기억에게는 즐거운 놀이터였나

소문이 난 맛집이었나

기억에도 감정이란 것이 생겼다.

어떤 기억은 파도를 타고 놀았고

어떤 기억은 해무 속에서 두리번거렸고

어떤 기억은,

움찔거리는 항해사를 즐겁다는 듯이 찔러보았다.


기억은 바다와 같아서

수면 위로 까불거리는 기억 아래에는

심연이 있었다.

죄책감의 무게는

항해사를 끌고 이따금 심연으로 내려가고는 했다.

항해사가 가진 한 호흡의 길이는

그의 양심이 작용하는 만큼의 깊이였다.


심연 아래, 기억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어떤 기억은 그를 용서했고,

어떤 기억은 그를 매질했다.

항해사는 그들 사이에서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항해사는 “그때 왜 그랬을까”보다 “그때 난 어디 있었을까”를 더 오래 물었다.

기억은 사건이 아니라, 그가 머물렀던 태도로 그를 휘감았다.

그는 한때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었던 어떤 선택들이

누군가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이제 더 이상 끌려 내려가지 않으려

스스로 무게를 단 채 심연으로 향했다.

항해사는, 도망치기보다 버티는 것을 선택했다.

항해사는, 변명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지속되었던 죄책감의 담금질은

항해사가 ‘책임’이라는 무게추를 두를 때에야 비로소

잦아들게 되었다.


항해사가 가지는 한 호흡의 깊이만큼

수면 아래, 기억은 서서히 밝혀졌으나

말없는 심연은 죄책감을 넘어선 공포였다.


배는, 놓아두면 흘러간다.

우리는 그것을 표류라고 부른다.

어느 날엔가 갑자기 심연의 소용돌이가

배를 집어 삼킨다면,


우리는 심연을 응시하여야 한다.

위태로울 때는 비켜 갈 줄 알아야 하고

감당할 수 있을 때에,

심연 너머로 키를 돌려볼 수 있는,

그런 항해를 하려는 자에게

바다의 침묵이 평화로도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항해사는 스스로 심연으로 들어갔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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