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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ilorjeong Nov 15. 2023

영하 날씨에 세일링이란..

요트대회 참가 후기 (2023. 11. 서울특별시장배 요트대회 첫째날)

 매년 서울 한강에서는 서울특별시장배 요트대회가 개최된다. 한강이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와 다양한 딩기 요트 클래스가 열려 많은 동호인들이 대회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회의 큰 장점이다. 작년까지는 킬보트 위주의 세일링을 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던 대회였지만 올해부터 딩기 선주가 된 터라, 양양레이저챔피언십 다음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되었다. 요트 대회 참가하러 산 넘어 강 건너 네다섯시간을 운전하는게 일이었는데,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대회가 열린다니! 꽤나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나도 출전 준비를 했다.  


 바로 직전 주 통영에서 열린 이순신컵 대회에서는 날씨가 너무 더워 얇은 긴팔 하나 입고도 땀을 뻘뻘 흘렸었다. 킬보트는 물에 젖지 않고 탈 수 있지만 딩기는 물에 꼭 젖을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고작 일주일 전 세일링에서 모두가 ”진짜 덥다”를 연발했었다. 깊에 고민하지 않고 평소대로 세일링 복을 챙겼다. 상의슈트, 하의슈트, 스모크 바람막이, 캡모자. 55리터 더플백이 반 이상 텅텅 비어 가벼웠다. 이 "고민없음“은 그 날 저녁 나에게 엄청난 고통과 교훈을 안겨주었다.

 

 첫 날 경기 스타트는 13:30분. 장비를 세팅하러 아침 일찍 계류장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물이 찬 곳곳은 얼음이 끼어 있었고, 찬 바람에 손이 얼어 맨손으로는 작업이 힘들었다. 장갑을 끼고 범장을 마무리하고 12시 개회식을 하러 갔다. 그 때까지도 얼음은 녹지 않고있었다.


[왼] 얼음과 같이 얼어버린 시트 [오] 준비를 마친 나. 매우 추워보인다

 

 이번 서울특별시장배는 경기수역과 요트 계류장 간의 거리가 멀어 세일링으로 가야했다. 부지런히 준비하여 배를 띄우고 경기 수역까지 뒷바람을 받고도 30분을 걸려 수역에 도착하였다. 경기운영회가 공지한 오늘 예정 경기는 4경기 였고, 코스는 사다리꼴 코스였다.  


* 사다리꼴 코스는 마크가 4개, 풍상풍하 코스는 마크가 2개가 있고 매 경기운영정의 안내기에 따라 마크 도는 순서와 횟수가 정해진다.


 경기 수역에 도착하면 점검해야 할 To-do list 가 있다.

 첫째, RC정의 위치와 마크 위치 확인하기.  

 둘째, 스타트라인 확인하고 1마크의 위치 확인하기.

 셋째, 바람 방향과 유리한 Tack 확인하기.

*만약 바다에서 열리는 대회라면, 조류와 파도도 체크한다.


 요트 경기에서 수상에 배치하는 RC정과 마크들은 육상 경기와 같이 자로 잰듯이 정확할 수 없다. 바람의 방향 또한 미세하게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마크 위치와 바람 방향을 사전에 점검하여 유리한 코스를 찾는 것이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타트 직후 1마크까지 향하는 코스는 맞바람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어떤 Tack*을 타느냐에 따라 코스 길이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Tack : 맞바람은 직선 코스로 갈수 없기 때문에 바람이 오는 방향에서 양쪽 45도 각도로 범주한다. 이때 바람 방향으로부터 왼쪽으로 범주하면 스타보드 Tack, 오른쪽으로 범주하면 포트 Tack 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To-do list 는 머릿속에만 잘 간직되어 있을 뿐! 실제 경기 수역에서는 어리버리하기 마련이다. 나는 사다리꼴 코스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1마크 위치는 확인했지만 2마크 3마크 위치는 찾지 못했다. 1 마크까지 거리가 RC정에서 가까워 RC정에 가깝게 스타트해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바람은 포트택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느껴졌다. 1경기를 시작했다.


 첫 경기의 긴장감 덕분일까, RC정에 붙어서 스타트하려던 계획은 실행까지 무난히 이어졌다. 코스가 짧아 스타트가 중요한 경기였다. 비록 2,3마크의 위치는 모르고 출발했지만 함께 경기한 4.7클래스* 선수들 덕에 경기하며 빠르게 마크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스타트가 빨라 앞서나가니 마음도 평온하여 1경기는 무난하게 1등 피니시까지 이어졌다.


*유소년 1인승 딩기요트 클래스 


 두번째 경기에서는 스타트 타이밍을 놓쳤다. 스타트 30초 전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는데, 스타트라인에 가까워져 급한 마음에 한바퀴를 돌다가 결국 스타트라인에서 멀어져버렸다. 스타트 신호가 빵! 울리고 한참 뒤에나 스타트라인을 통과했다. 세번째 경기는 스타트는 전략을 바꾸어 스타트라인의 엔드마크에서 포트택을 타고 올라가보았다. 하지만 1마크는 확실히 RC정과 가깝고 엔드마크에서는 한참 멀었다. 불리한 코스를 탄 셈이었다. 자신감을 상실한 네번째 경기는 무난하게 스타트했지만, 조급한 마음에 태킹을 많이 하면서 속도를 잃었다. 2, 4경기는 2등, 3경기는 3등으로 피니시를 했다.


 4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는 사실 경기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4시를 넘어가자 기온이 급격히 덜어지고 젖은 장갑과 신발 속 손발은 한겨울보다 더 차갑게 얼어갔다. 게다가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맞바람 코스라, 시간도 더 걸리고 찬바람을 계속 맞아야했다. 4경기 피니시를 하자마자, 모든 레이저 클래스 선수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류장으로 향했다.  


[왼] 계류장에서 경기 수역으로 나온 코스 기록 [오] 경기 마친 후 계류장으로 돌아가는 코스 기록. 너무 추워서 경기때보다도 집중해서 최단 코스로 가고자 했다.


 제발 캡사이즈 되어 물에 빠지는 일만 없기를! 절박한 마음으로 계류장에 도착했을때 난 얼음인간이 되어있었다. 취미생활을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모두가 한입을 모아 말했다. 계류장으로 돌아올때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뒷정리를 마치고 따뜻한 집으로 향했다. 내일 꼭 나와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집에 돌아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오늘의 세일링 사진들이 도착해있었다. 고통스러운 세일링이었지만 역시 한강은 한강. 여의도 스카이라인과 국회의사당 배경의 사진들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몸을 데우고 나니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일 나가야할까? 과연 나는 나갈까?

To be continued..


여의도로 배경으로한 귀한 한강 세일링 사진이 남겨져서 추위도 다 잊을만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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