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즌오픈기 (2024. 4)
새해가 되고 3월을 지나다 보면 불현듯, 심상치 않은 해의 기운이 느껴진다. 쨍쨍한 햇살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다면, 한낮의 반팔차림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면, 그렇다. It's a time to SAIL!
매일 같이 Windy*라는 어플에 들어가 바람 예보를 확인하고, 나의 배와 어느 날 감격스러운 재회를 하면 좋을지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올해는 겨우내 눈도 많이 오고 유독 추웠던 3월은 곱게 보내주기로 했다. 2024년 4월 7일 일요일이 적당해 보였다. 재회의 날이다.
*Windy: 세일러들은 바람 예보에 특화된 Windy라는 기상 예보 어플을 사용한다. 풍향, 풍량, 조류 등의 세일링 관련 기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즈음 배를 타러 가볼까 하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11월 이후 조용했던 레이저 동호회 단톡방에 새 글이 올라왔다.
“이번주 배 내리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
비 시즌 기간 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선체만 선대에 뒤집어서 육상에 계류하고, 다른 장비는 모두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시즌을 시작하는 동호인들이 함께 모여 선대에 있는 배를 내리기로 하였다.
네 달만에 배를 마주하러 가려니, 왠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배가 무사히 있을지 걱정한다. ‘겨울 동안 너무 관리를 안 한 게 아닐까?’, ‘어디 구멍이라도 나있으면 어떡하지?’ 마음 졸이며 도착한 마리나에 작년 그 모습 그대로 내 배가 아주 잘 있었다.
배를 무사히 내린 후에도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혹시 없어지거나 파손된 장비가 있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범장 하는 법을 까먹었을까 봐 걱정한다. 집에서 가져온 장비를 펼쳐 놓고,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씩 범장을 해보았다.
범장을 마치고 모든 장비가 확인된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겨우내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범장 하는 법도 잊지 않고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다행인 부분이다. 혹여 실망할까 봐 오늘 세일링을 못 나갈 수도 있어,라고 마음속 방어기제를 만들어 두었었는데 달칵, 마음의 문도 살짝 열어주었다. 마리나에 도착한 지 5시간 만에, 배를 물에 띄우고 내 몸을 배에 실어 올해의 항해를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바람의 기운에 나의 세일링도 다소 서툴렀지만 기분은 좋았다. 세일러는 4월이 되어서야 새해 소원을 빌었다. 올해도 안전하고 무사하게, 그리고 실력은 덤으로. 가보자, 세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