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는 진짜 글쓰기의 시작
1. 주제가 적절하고 명확하게 전달되었는지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본다.
: 이 글을 처음 접한 독자의 눈으로 글의 주제를 파악해본다.
2. 아는 것, 쓰고 싶은 여러 내용 중 한 가지만 남긴다.
: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저건, 저래서 욱여넣다 보면 글이 중언부언 해진다.
3. 오로지 문장 자체로 빛난다면 삭제해야 한다.
: 멋있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은 글을 느끼하게 만든다.
4. 정확하게 표현되었는지 살핀다.
: 다르게 바꿨을 때 더 적절한 단어, 과장된 수식어, 접속사, 비문 등을 수정한다.
특히 ctrl+F를 활용하여 중복된 단어가 있다면 다른 단어나 표현으로 바꿔본다.
5. 소리 내어 읽어본다.
: 어색하게 들리는 글은 읽기도 어렵다.
6. 오류 체크
: 맞춤 및 띄어쓰기, 사실관계 확인, 인용문 점검 등 기본 사항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게 한다.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정유정 지승호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발췌 정리
언제 작품을 끝내야 할지 의문이 들 때는 이런 사실을 기억하라.
지저분한 방을 제대로 처리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계속 일하라.
- 트와일라 타프,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
적정글쓰기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화려한 한정식이 아니다. 소박해도 간이 맞고 소화 잘되는 단품요리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메시지를 글로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이렇게 마무리된 글은 ‘초고’다.
정유정 작가는 “어차피 초고의 90%는 버릴 원고”라고 고백한다. 헤밍웨이는 보다 과격하게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선언한다. 노벨상 수상자도 ‘노인과 바다’를 200번 이상 고쳤다고 하니, 초고가 불완전한 것은 당연하다.
강원국 작가는 시험을 볼 때 100점 맞겠다는 욕심으로 1번부터 풀다 보면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것처럼, 글쓰기도 첫 문장부터 비장하게 달려들기보다는 일단 쓰고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며 수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테디셀러 ‘창조적 습관’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 역시, 창조적 작업에 있어서 첫걸음을 내딛기 전에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믿음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조언한다. 그녀는 책을 쓸 때 첫 장부터 마치 현미경으로 촘촘히 검사하듯 쓰고, 다듬기를 반복하다 보면 2장으로 옮겨 갈 수 없다면서, 완벽주의는 그쯤 해두고 끝까지 직진할 것을 권한다.
초고는 최종 본이 아니다. 작품의 퀄리티는 수정에서 판가름 난다. 강원국 작가는 고수일수록 퇴고에 신경을 쓴다고 단언한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어려웠겠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상한 일이다. 쓰기 전에는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다고 느끼며 긴장한다. 시작도 안 했는데 머릿속에는 빨간펜 선생님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빨간펜 선생님, 너무 일찍 오셨습니다. 밖에 나가서 천천히 차 한 잔 마시다가 초고 나오면 그때 와 주시겠어요? 스스로를 하찮다고 여기며 주눅 들었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걸까.
막상 초고가 완료되면 빨간펜 선생님 앞에 파워 당당이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원고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맛있는 작품이다. 고칠 건 없다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 한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빨간펜 선생님에게 통보한다.
“첨삭 지도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만 돌아 가주셔요”
정유정 작가는 공모전 마감 한 달 전에 완성된 작품의 구조적 결함을 발견했다. 정 작가는 분명한 약점을 안고 공모전에 내느니 온 힘을 다해 새로 쓰는 것을 선택한다. 몸이 벌벌 떨릴 만큼 두려움을 느끼며 대 공사를 감행한 덕분에 정 작가는 제5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된다. 정 작가는 이 경험을 통해 실수를 깨닫는 순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지난한 퇴고 과정은 여전히 ‘원고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고 밝혔다.
마침표를 찍고 나면 더는 읽고 싶지 않아 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자신을 속인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다시 보면 고칠 부분은 반드시 있다.
그래서 퇴고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트와일라 타프는 뭔가 잘 못 됐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 관객들이 그 약점을 눈치 채지 못 할 거라고 스스로 설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충고한다. 독자는 직관적으로 알기에 결국 들통은 난다. 실수가 드러난 즉시 바로 잡아야 한다.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풍경을 접할 수 있다. 트와일라 타프는 이 원리를 학생들의 창조적 아이디어 수업에 활용한다.
타프는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의자의 용도 60가지를 생각해 내라는 문제를 낸다. 처음에는 누구나 비슷비슷하게 의자의 기본 용도를 떠올리지만 곧 아이디어는 고갈된다. 더 이상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되면, 60개는 불가능하다며 포기하고 싶어 진다. 이때 아이디어를 쥐어짜면 그동안 존재하는 지조차 몰랐던 뇌의 어떤 부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60에 가까워질수록 기지가 발휘되고 마지막 60번째,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영감과 열정을 쏟아부은 원고의 탄생을 당장 세상에 알리고 싶은 충동은 잠시 내려놓자. 하룻밤을 숙성시킨 뒤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읽어 보자.
머릿속 빨간펜 선생님이 첨삭 지도할 시간을 충분히 드리자.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열 번은 고쳐야 제대로 글이 되는데,
다섯 번만 고치고도 제대로 안 고쳐졌다 푸념하는 것도 욕심이다.
-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