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이 아니라 고마운 피드백이다
피드백의 미덕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첫 문장을 앞두고 불안과 긴장 속에 쪼그라들었던 자신감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고 나면 하늘 높이 치솟는다. 작가의 자부심에는 근거가 있다. 온 힘을 다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막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 창작자는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새끼다.
엄마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자식의 부족한 부분도 엄마 눈에는 다 괜찮다. 명백한 허물까지 우쭈쭈 하는 것은 자식을 망치는 길이다. 진짜 사랑한다면 따끔한 훈육은 필수다.
창작자도 다르지 않다. 작가는 쓰던 순간의 의식의 흐름까지 기억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작가가 작품에 동화되면 심리적으로 분리되기 어렵다. 고통스러워도 작품을 공평하고 선명하게 바라봐야 한다. 정유정 작가 말대로 ‘안 본 눈’을 영입할 순간이다.
브런치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더라.
첫 기획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에 얼마간 브런치를 외면했다가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나 거절 이메일을 받았다. 원인을 알고 싶었다. 이 글을 처음 접한 독자라고 가정하고 읽어봤다. 작가의 자학적이고 시니컬한 태도가 불편했다. 호감을 느낄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독자는 작가의 어리광을 받아줄 필요가 없다. 유시민 작가는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독자의 지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관한 전략이 부재한 글이었다. 분석하고 나니 수정 방향이 보였다. 브런치 편집부가 바로 승인해줬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거절 메시지’가 아니라 ‘고마운 피드백’이었다. 어느 누가 몸소 귀한 시간을 들여 내 작품에 대하여 ‘피드백’을 해준단 말인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란 것을 깨달았다.
피드백은 백일몽에서 깨어나라는 청량한 죽비소리다. 모든 몽상이 헛된 것은 아니다. 곁눈 질 없이 목표만 쫓는 인생은 가끔 긴장을 내려놓고 뇌를 놀려야 한다. 제한 없는 상상이 창의적인 사고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삿된 망상은 흘려버려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생의 문제 인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져라.’는 당부와 같은 맥락이다. 발이 단단한 땅에 닿아 있지 않으면 공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균형을 잃는다.
나는 부끄러운 몽상가다. 오해 없기 바란다. 몽상가가 부끄러운 집단이란 뜻이 아니다. ‘나’라는 개인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위대한 몽상가는 ‘돈키호테’처럼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고, ‘존 레넌’처럼 경계 너머를 꿈꾼다. ‘체 게바라’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나의 몽상은 외부 자극에 대한 관성적 습관이다. 집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무용한 망상으로 끝난다. 광장으로 나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참된 이상’으로 승화된다. 피드백이 고마운 이유다.
제 아무리 몸에 이로운 식재료도 맛없으면 먹기 싫다. 건강에 좋다고 흙 당근을 씹어 먹을 수는 없다. 자녀가 당근을 거부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게 다져서 볶음밥에 섞든, 달콤한 당근 케이크를 굽든 궁리를 해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메시지가 훌륭해도 독자가 즐겁지 않다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맛이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재료의 우수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간을 맞춰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이와 관련하여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미리 살피고, 쓰고 나면 독자의 반응을 점검하여 타인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라고도 했다. 글은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을 나누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피드백은 아프다. 유시민 작가 말대로 글에는 작가의 인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글이 곧 인격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지적을 받으면 ‘나 자신’이 공격받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는 잠시 열기를 식히자. 글과 심리적으로 분리될 시간이다. 글을 쓴 사람의 입장에서 벗어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어 보자.
두 명 이상이 언급한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드백을 두려워 말자.
피드백은 글뿐 아니라 시선이 닿지 않았던 내 모습까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피드백을 받을수록, 글도 글쓴이의 내면도 단단해진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공사가 커도 망설이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기만해서도 안 된다.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 정유정/지승호,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