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실전 연습 2 - 인터뷰 글쓰기

by 세일러킴

인터뷰 글쓰기 레시피

1. 주제 정하기
2. 인터뷰이 선정
3. 질문지 작성
- 인터뷰이 소개
- 인터뷰이 발자취(위기, 극복 에피소드 중심)
- 주제에 대한 인터뷰이 의견
4. 인터뷰
- 인터뷰이에게 동의를 받아 녹취
- 인터뷰는 40분 내외
5. 녹취 정리
: 대화 내용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좋은 글쓰기 훈련
6. 글쓰기
: 주제 제시 - 인터뷰이 소개 - 이야기 전체 흐름 만들기 - 문제 및 해결 - 인터뷰이 목소리로 주제 강조


훌륭한 이야기란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
즉 세계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런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작가의 외로운 임무이다.

-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


MBC 라디오에서 1991년부터 현재까지 방송 중인 이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이다. 일을 하거나 의례를 치를 때 불렀던 토속민요를 채록한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서툰 노래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들을 때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옛이야기를 해주셨던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슬근슬근 박을 타세!’ 외할머니의 구성진 가락으로 이뤄진 흥부전은 언제나 긴장감이 넘쳤다. 훗날 책으로 읽은 흥부전에 비해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허술했지만, 동기간에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당부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EBS 다큐프라임 ‘이야기의 힘’ 제작팀은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세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첫째, 이야기는 기억을 돕는다. 정보를 외워 입력하기보다는 이야기로 들을 때 몰입이 잘 된다.

둘째,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는 대화의 거리와 말의 장벽을 넘어 사람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셋째, 이야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삶의 도구다. 인간은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전체적인 맥락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적정글쓰기 실전 연습 두 번째는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보는 ‘인터뷰 글쓰기’다.

여기에서의 ‘인터뷰’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공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하고 논평’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뷰는 질문자인 인터뷰어(Interviewer)가 인터뷰 대상자인 인터뷰(Interviewee)를 통해 정보를 알아내는 취재를 의미하지만, 적정글쓰기에서는 ‘인터뷰이가 본인의 이야기를 인터뷰어와 주고받고, 인터뷰어가 생각과 느낌을 덧붙여 재구성 한 글’을 뜻한다.


강원국 작가 역시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청각과 소리를 활용한 인터뷰 글쓰기를 제안한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내용과 더불어 리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듬은 소리와 연관되어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소리와 문자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말을 글로 옮기면, 독자는 눈으로 읽고 귀로 들을 수 있다. 비전문가의 소박한 구전 민요가, 외할머니의 수수한 옛이야기가 감동을 준 까닭은 숨소리까지 생생한 ‘소리의 생명력’ 때문이다. ‘말이 담긴 글’은 살아 있다. 그래서 인터뷰 글은 독자들과 소통에 유리하다.


공감을 얻고 싶다면 독자의 오감을 움직여야 한다.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달이 빛난다고 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반짝이는 한 줄기 빛을 보여줘라"라고 했다.

거대 담론이나 추상적 이론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구체적인 삶의 언어가 익숙한 감각을 깨운다.


한국전쟁 참전 할아버지를 인터뷰 한 적 있다. 90세가 넘은 무명용사는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금강산에 있을 때는 인민군과 폭 50m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었는데요, 한창 혈기 방장한 나이 아닙니까. 그 와중에도 장난이 발동하는 거죠. 건너편 인민군 향해, '이 자식아, 밥은 먹었냐?' 소리 치면 저쪽에서 답이 와요. '그러는 너는 먹었냐?'”
“아군은 장비도 많고 실탄도 풍부했지만 인민군은 인해전술이었죠. 걔들은 총도 없어. 그냥 땅에 쫙 붙어서 기어 올라가면 아무리 총을 쏴도 안 맞아요. 결국 아군도 포기하고 여러 차례 철수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날도 아침에 올라가서 아군이 이겼는데, 밤이 되니까 또 인민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이 들렸어요. 인민군이 대낮처럼 환하게 조명탄을 쏜 거지. 어느 정도 밝았냐면, 개미새끼까지 보일 정도였으니까. ”


평소에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교전이 개시되면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청춘들.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지 않아도 리듬과 억양과 소리를 가진 담백한 경험담이 깊은 비애를 자아낸다. 인터뷰의 힘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우선 가까운 지인과 이웃부터 시도해 보자.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되기도 한다. 미처 몰랐던 새로운 정보와 창조적 영감, 색다른 시선도 얻는다. 한마디로 글감이 될 만한 살림밑천을 수집할 수 있다. 마당 쓸고 돈 줍는 형국이랄까.


다만 인터뷰 글을 쓸 때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 구어체로 이뤄진 인터뷰 글은 생동감과 친근함을 주지만, 자칫 하면 글이 산만하고 투박해진다. 대화 톤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 인터뷰이의 공적은 인터뷰어가 질문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과한 자기 자랑은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제와 관련하여 글쓴이의 생각과 인터뷰이의 의견이 일치할 때는,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 주제를 부각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인터뷰이의 발언은 독특한 에피소드와 훌륭한 명언이어도 넣으면 안 된다. 독자가 궁금한 것은 삶의 진실이지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은 물론 세상도 움직인다.

좋은 이야기가 함께하는 적정글쓰기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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