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쓰기의 3,3,3법칙
첫 번째 : 글쓰기 막막해질 때마다 3가지 질문(무엇에 관하여 쓰고 있나?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을 잊지 말 것
두 번째 : 도입, 본문, 마무리 3단계 구성
세 번째 : 이야기 토막은 3개 이하로
지난 편까지 무엇에 관하여 쓸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적정글쓰기를 실천해본다.
‘구성’ 편에서 글의 얼개는 작가의 성향과 글의 성격에 따라 3단계, 4단계, 5단계 등으로 나뉜다고 했다.
적정 글쓰기에서는 적당한 얼개 짜기로 ‘주제 혹은 글감을 제목으로 구체화하기→ 관심을 유발하는 짧은 도입부 → 구체적으로 본문 쓰기(자료와 개인 에피소드 섞어서)→ 마무리’를 제안했는데, 이는 도입, 본문, 마무리로 이뤄진 전형적인 3단계 구성이다.
3단계 구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처음-중간-끝’을 정의 내린 이래로 수천 년 동안 활용되어 온 이야기 문법. 일본의 글쓰기 관련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마루야마 무쿠의 ‘스토리텔링 7단계’에는 3단계 구성을 형상화 한 그래프가 나온다. 이 그래프는 마치 쌍봉낙타의 혹을 닮았다. 뒤쪽이 월등히 큰 쌍봉낙타다.
그래프를 떠올리며, 도입부부터 들어가 보자.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오슨 스콧 카드는 도입부에서 고난, 희생, 위험, 징조와 징후 등 긴장감을 조성해야 독자가 감정 이입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훈 작가가 소설 '칼의 노래'를 쓸 적에 첫 문장 때문에 고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를 두고 밤을 새웠다고 할 만큼 도입부는 글 전체의 분위기를 ‘셋업(setup)’한다. (김훈 작가는 주관적인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보여주는 ‘꽃은 피었다’ 대신, 꽃이 핀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꽃이 피었다’를 선택했다.)
다만, 강렬한 시작도 본문과 맥락이 닿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주제와 동떨어진 발단은 당장은 흥미롭지만, 정작 본문을 읽을 때 실망을 준다.
모 신문사의 객원기자가 된 후 첫 번째 원고를 보냈을 때 일이다. 편집장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의욕이 과했나 보다. 프롤로그부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공을 들였는데, 도입부가 통째로 삭제되어 기사가 나갔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독자들이 궁금한 건 본문 내용이지, 시시한 글재주가 아니다. 그 이후로 본론으로 ‘직진’ 하는 ‘강렬하고 짧은 첫 등장’을 고민하게 되었다. 잘 되진 않는다. 독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본문과 무관한 최신 뉴스나 그럴듯한 인용문으로 폼을 잡고 뿌듯해할 때도 있다. 도입부에 취해 비틀거릴 때는 ‘제목’을 바라본다. 주제와 무관한 것은 모두 군더더기다. 아쉽지만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강렬하고 짧은 첫 등장’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자신이 없다면 ‘강렬’은 포기 하자. ‘강렬하고 긴, 본문과 무관한’보다는 ‘무난하지만 단도직입적인’ 출발이 백배 낫다.
무슨 말을 할지 예고하고,
생생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말한 것을 중간에 요약해주고,
강력한 매듭을 지어주면 성공입니다.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 말씀 발췌-
1. 본문 내용은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본문 쓰기는 같은 분야의 내용끼리 묶는 범주화 과정이라고 했다. 이는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들을 폴더에 담는 작업과 같다.
우선 자료 찾기 과정에서 발굴해낸 키워드나 에피소드를 총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셋 이상은 안 된다. 두 토막이 글을 분명하게 할 때도 있다. 억지로 양을 늘리지 말고, 깔끔하게 두 부분으로 가보자.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면 버려야 한다. 아까워하진 말자. 해당 키워드나 에피소드는 따로 저장해 두면, 다른 주제의 글을 쓸 때 쓰임이 있다.
둘, 혹은 셋으로 그룹을 나눴다면, 해당 그룹 안에서 각각의 키워드를 큰 주제와 작은 주제로 줄을 세우자. 써야 할 내용들이 제대로 서열화된 글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2. 단락의 시작도 두괄식으로
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두괄식이 이롭다. 단락의 시작을 핵심문장으로 치고 나가야 글에 힘이 실린다. 주요 메시지를 머리에 배치하고, 설명으로 뒷받침하는 연역적 서술 방식부터 연습해보자.
뒷받침과 관련하여 김훈 작가는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며,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일 때 풍성한 글쓰기가 된다'라고 강조한다.
나는 신뢰할만한 ‘정보’에 개인적으로 겪은 에피소드를 더하는 편이다. 생생한 경험은 독자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특히 리얼한 실수담이나 고난을 극복하기까지 과정 공유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의 진보 지식인 우치다 다쓰루는, ‘설명을 잘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먼 곳에서 거시적으로 조감하듯 내려다보는가 싶으면, 갑자기 미시적으로 현미경적인 거리까지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는 등 줌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조언한다.
첫 문장에서 주장하는 바를 밝히고 카메라가 자유롭게 시점을 이동하듯 논리적 근거, 일상에서의 구체적 사례로 설명을 이어가다 보면 막힘없이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
3. 과유불급이어도 괜찮아
강원국 작가는 글이 횡설수설한 까닭은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강원국 작가의 의견에 동의 하지만, 글쓰기 초보인 우리들은 욕심을 부려도 괜찮다.
잡념이 많은 나는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독자가 궁금한 건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충동적으로 감정을 드러낼 때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쓰면 속은 후련해도 감당 못할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건 혹시 알량한 지식 뽐내기가 아닐까?', '이런 감정의 일렁임은 중2병 아닐까?’ 미리 검열하지는 말자.
김이나 작사가는 청춘페스티벌에서 ‘나는 이런 성향이 있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진심인데, 이런 얘기를 하면 뭐라고 할 테니까 하지 말아야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지, 덜 진지하게 해야지’ 이렇게 스스로 과잉이라고 여기는 지점을 여기저기 깎다 보면 진짜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사람마다 균형 지점은 다르다. 진자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 봐야 무게중심을 알 수 있다. 각자의 독창적인 가치는 깎아 없애버린 ‘과잉 지점’에 존재하기도 한다. 과유불급이라며 지레 수치심을 갖지 말자. 싸이월드 감성이면 좀 어떠랴. 다다익선은 초보자의 특권이다. 마음껏 누려보자.
‘빨리, 강하게, 깊이 있게’가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요령이다.
- 마이클 민웰, <글쓰기의 재발견> -
끝이 좋으면 다 좋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끝맺음은 어렵다. 잘 나간다 싶다가도 마무리가 안 되면 찜찜하다.
그럴 때는 또다시 ‘제목’으로 돌아간다. 시작을 알면 끝도 보인다.
마무리와 관련하여 대가들이 전하는 노하우는 있다.
마무리 단계가 돌입했음을 미리 암시하고 천천히 끝을 내거나, 예기치 않게 급 마무리를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문체나 글의 흐름에 따라 엔딩의 속도도 달라진다. 정서적이고 부드러운 글은 영화나 드라마의 페이드아웃(fade-out) 기법처럼 서서히 끝을 맺어 깊은 여운을 남기고, 경쾌한 리듬이거나 주장하는 바가 분명한 글은 느닷없는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잡기도 한다.
가장 좋지 않은 마무리는 질질 끄는 것이다. 안정효 작가는 ‘글쓰기 만보’에서 ‘장황한 종결은 낭비’라고 선언했다.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자.
다음 편에서는 문장 쓰기에 관하여 이야기해보겠다.
오늘도 지치지 않는 적정글쓰기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