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의 필요성
1.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2.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3.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4.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5.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발췌 -
소재와 주제의 가닥이 잡혔다면, 이제 어떻게 쓸 것인가 구상할 차례다. 글의 얼개를 짜는 이 단계를 생략하고 곧장 쓰기로 뛰어들 수도 있다.
시나리오 작법계의 고전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 로버트 맥기는 작가가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간 이야기를 모두 포함시키고 싶은 ‘위험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로버트 맥기 같은 스토리텔링의 대가도 권유하는 만큼, 보통의 우리들은 대강의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될 것이다.
구성은 일관적으로 흘러가야 하는 기본 뼈대, 즉 ‘콘셉트 정하기’부터 출발한다. 콘셉트는 소재와 주제를 품고 있는 글의 핵심이다.
콘셉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좋으련만, 막상 잡으려면 막막하다. 그럴 때는 잡다하게 자료를 모아보길 추천한다. 자료 찾기는 일종의 혼자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다.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패턴과 키워드가 발견되는데, 여기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나는 주제가 정해지면 관련 단어를 입력하여 책이나 뉴스 기사를 읽으며 아이디어를 모은다. 책과 뉴스 기사를 참고하는 것은, 출처가 명확하기 때문.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는 사실관계가 어긋나거나, 본의 아니게 표절을 할 염려가 있다. TED나 세. 바. 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같은 강연 동영상도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해 준다.
자료를 검색하며 키워드를 뽑고, 인용할 만한 문장을 정리할 때 대략의 그림이 떠오른다. 생각을 굴리다 보면 거칠게라도 글의 분위기와 기조의 가닥이 잡힌다.
이렇게 그린 청사진은 ‘제목’으로 콘셉트를 확정한다.
스토리 작가들은 이야기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로그 라인’을 강조한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그 라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조스’의 ‘로그 라인’은 단 45초. 제작자들은 ‘로그 라인’을 듣자마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리더들도 복잡한 아이디어를 간결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로그 라인을 활용할 만큼 이야기의 핵심 요소를 압축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제목’은 적정글쓰기의 ‘로그 라인’에 해당한다.
방현석 작가는 소설 쓰기 노하우가 담긴 ‘서사 패턴 959’에서 “첫 장면의 실패는 실패의 시작”이며, “첫 장면은 소설 전체를 함축하고 규정한다”라고 했다. 여기에 ‘제목은 글 전체를 함축하고 규정한다’고 덧붙이고 싶다.
물론 정확하게는 ‘가제목’이다. 쓰다 보면 더 좋은 제목이 수시로 등장한다. ‘가안’인 제목을 정하는 까닭은, 글이 표류할 때마다 제목이 등대가 되어 목적지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제목 옆에 독자가 체험하길 바라는 감정(재미, 감동, 설득, 정보 습득, 동기유발 등)을 괄호처럼 메모해 두는 것도 글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도움이 된다.
제목을 정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한다.
첫째,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친숙함으로부터 살짝만 벗어나도 ‘낯설다’고 느낀다. 문학에서는 ‘낯설게 하기’가 중요한 기법이지만, ‘적정글쓰기’의 목적은 독자와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제목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의 핵심이므로, 독자가 글의 내용을 추리할 수 있는 일상어가 좋다.
둘째, 긴 제목도 괜찮지만, 자신 없다면 짧은 제목으로.
문장형 제목은 감성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어디서 본듯하거나 밍숭 밍숭 하다면 키워드 한 단어가 낫다. 단어나 구로 이뤄진 짧은 제목은 글의 본질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셋째, 유행하는 제목은 신중하게 따른다.
제목도 유행이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문화 콘텐츠는 트렌드를 선도하는데, 제목도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큰 인기를 얻자, ‘슬기로운..’으로 시작하는 제목들이 늘어난 것도 한 예다. 대세를 따른 제목은 당장은 ‘트렌디’ 해도, 시간이 약간 흐르면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식상함을 줄 수 있다.
제목이 정해졌다면, 글쓰기의 시작과 끝을 구성한다.
글의 얼개는 처음-가운데-끝의 3단 구성, 기-승-전-결 4단 구성,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 구성 등 여러 형태가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구성하되, ‘적정글쓰기’를 지향하는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거두절미하게 결론부터 알려줄 것, 즉, 두괄식 쓰기다.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넘치는데 입만 열면 뚱딴지같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봐 말이 장황해졌고, 요점은 까마득해졌다. 대화에 버퍼링이 걸린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몰랐던 것. 결론 먼저 얘기하면 상대가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대화 집중도가 높아진다.
글을 쓸 때도 결론을 맨 앞에 배치하면 독자가 어렵지 않게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다. ‘제목’으로 ‘콘셉트 화’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인은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어색해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의미를 전하기보다는 에둘러 표현하거나 결론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소통이 쉽지 않다. 전하는 언어가 분명해야 전달받는 사람도 혼란스럽지 않다. 빙빙 돌아가면 몰입이 안된다.
반전 매력이 더욱 흥미롭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예상치 못한 결말은 짜릿함을 준다. 하지만 반전은 고수들의 필살기다. 두괄식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반전을 자연스레 다룰 날도 온다.
반전과 관련하여 로버드 맥기의 설명이 주목할 만하다. 로버트 맥기에 따르면, 관객은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때 극에 끌린다. 모든 결과를 아는 관객은 우월한 위치에 놓이게 되어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관객에게 결말을 앞서 보여주는 ‘서스펜스’ 기법으로 유명하다. 히치콕 감독이 말하는 ‘반전’과 ‘서스펜스’의 비교는 다음과 같다.
네 사람이 포커를 치러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폭탄이 터지면 관객은 깜짝 놀란다. 이것이 ‘반전’이다.
만약 포커판이 벌어질 탁자 밑에 시한폭탄이 설치된 것을 관객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 상황을 모르는 네 사람이 그 탁자에서 포커게임을 벌린다고 가정해보자.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거릴수록 관객은 ‘지금 포커나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때 느끼는 관객들의 감정동요가 바로 ‘서스펜스’다.
로버트 맥기나 히치콕 감독 같은 거장들도 깜짝쇼 같은 ‘아둔한 반전’ 보다는 결과를 미리 선포하고 승부를 보았으니, ‘반전’에 대한 압박은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의 구성 방식은
‘주제 혹은 글감을 제목으로 구체화하기→ 관심을 유발하는 짧은 도입부 → 구체적으로 본문쓰기(자료와 개인 에피소드 섞어서)→ 마무리’다.
3단이든, 4단이든, 5단 구성이든 각 단락마다 분량 안배는 필요한데, 나는 도입 10, 본문 85, 마무리 5 정도로 계획한다.
당연히 글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적정비율도 다르다. 하지만 최대한 도입과 마무리는 짧게 가져가려 한다.
다음 편에는 본문 쓰기를 이야기해보겠다.
오늘도 두괄식과 함께하는 적정글쓰기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