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MZ와 일하는법
- 사회 경험이 없는 00님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2년제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둘,
솜털이 보송한 우리 큰아이 또래의 면접자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왔을 “아이”는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어쩔줄 몰라했지만 그래도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 음..저는 음.. 학교에서부터 음… 뭐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열정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든 일이 열정이 있으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열정은 말 그대로 업무나 상황을 대하는 나의 성향이지만 역량은 다르지 않을까요?
-음…..
얼굴이 상기된 면접자는 우물쭈물했다.
문득 아침에 책상앞에서 해맑게 학교갈 준비를 하고 옷을 고르던 대학생 첫째 아이의 얼굴이 스쳤다.
우리 아이가 일하러 찾아간 곳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을 잘 찾을 수 있을까.
- 고객센터 업무가 쉽지 않아요. 단순히 전화만 받는 업무가 아니라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업무인데 괜찮을까요?
한결 느슨해진 내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경직된 면접자의 얼굴이 풀리고 우리는 20여분간 이야기를 나눈 끝에 팀에 투입하기로 했다.
두달째, 센터의 막내인 그 직원은 나를 볼때마다 활찍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소위 MZ라는 세대가 고객서비스 업종에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커뮤나 주변 센터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비슷하다.
스마트하게 자기일을 끝내고 똑부러지는 직원,
혹은 근태가 엉망이거나 우리 기준에서 무례하다 생각되는 언행을 일삼는 직원.
공통점은 자기 영역을 침범받기 싫어하고 손해보는것에 대한 부당함을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해야해 라는 강제적인 것들은 업무의 일부라도 수용하고 싶지 않아하며(이건 꼰대인 나도 마찬가지..) 심지어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지고 하면 “제가 왜요?” 라는 직원도 있다 한다.
물론 내가 일하는 센터에도 MZ들이 함께 있다.
SNL코리아에 나오던 극단적인 “눈까리”들은 다행히(?) 없지만 기존의 3-40대 이상 직원들보다 대하기는 쉽지 않은것은 사실이고 내가 혹시 뭐 실수했나? 하는 자아비판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지극히도 꼰대이고 꼰대에게 일을 배웠지만 세상도 달라지고 사람들도 달라졌으니 꼰대와 MZ가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를 인정하는 것 뿐.
이렇게 저렇게 하다 이곳에도 왔는데 길이 있을지 혼란스러워 하는 그들과 면담을 하게 될때 이야기한다.
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 매일매일 이 시간들을 버티지 말고 “겪어”내면 그 시간들이 쌓여서 십년후엔 너를 빛나게 하는 가장 화려한 조명이 될 것이라고.
살다보니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에게 나쁜 환경에서도 배울건 있더라.
거울처럼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힘이 생기기도 하니까.
나는 저 시절에 어땠던가.
어쩌다보니 고객서비스업에 발을 들여 3-40대를 온전히 쏟아부었고 이 업에서 몇년후엔 은퇴를 하게 되겠지만, 스펙타클하기까지 한 센터일을 하며 매일이 전장에 나서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전쟁터엔 하는 전우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그 전쟁속에 살가운 하루들을 나누며 성장하는 후배들을 끌어올리고 사수들의 성공이 롤모델이 되었다.
지금 하는 일들이 힘겹고 자랑스럽지 못하다면 밥을 많이 먹어라.
당신이 하는 일을 아무도 안알아줘도,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니까. (드라마 ‘라이브’ 배우 염혜란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