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예정대로

비자 불발

by saim

남편도 나도 탄탄대로 일 줄 알았던 스위스행.

하지만 역시나 너무 탄탄대로여서 하늘이 심통 났는지 문제가 생겼다.


당연히 취업만 성공하면 비자는 회사에서 처리해 주기에 괜찮을 거라 믿고 한 달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달 후 회사에서 온 답변은 비자가 거절당했다고 미안하다고 온 메일이었다. 이후 회사 관계자와 두 번의 줌 미팅을 더했고, 변호사를 통해 다른 방법이 없을지 얘기를 했다. 남편이 학생비자를 받고 나는 배우자(패밀리) 비자로 들어오면 아마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EU가 아닌 사람은 첫 채용이라 확신은 못한다고 했다. 이렇게 첫 해외취업의 관문이 무너지나 싶었다.


당시 너무 불안하고 무기력함에 다 그만두고 싶었다. 왜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할까 도대체 왜 잘 다니던 직장을 둘 다 그만두고 이런 험난한 길을 택했을까 자책도 많이 했다. 발이 넓은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졌고 해외 나가는 거에 대한 질문을 어떻게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모든 게 부담과 압박으로 느껴졌다.





1. 장학금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장학금 3000만 원과 그리고 취업 시 받게 될 돈은 우리가 스위스에서 생활하는데 필수적인(스위스 유학을 선택한 목적과도 부합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취업을 못할 시엔 장학금도 못 받고 일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다.

2. 파트너비자로 입국 후 비자변경

두 번째 인터뷰로 이런저런 상황을 얘기하며, 당연히 이곳도 인턴비자 발급 이후에 연속적으로 일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데, 인턴비자부터 막히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 그래서 두 번째 인터뷰 때 이야기했던 단기 비자 얘기를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이 가능한지 물어볼 예정이다.

3. 휴식기

인생의 휴식기를 갖는 타이밍이다. 그냥 혼자 영어공부 및 건축공부를 하며 소양을 기르는 시간 겸 써머스쿨이나 윈터스쿨에 들어가는 시기, 즉 소득이 없으니 셀프투자하는 시간을 갖는다.

4. 임신

이것도 사실 인생 방향에 있어 중요한 결정과 시기적으로도 중요하다. 언젠간 아이를 낳고 기르려면 적절한 타이밍도 중요한데 이게 하늘이 내린 적당한 타이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하늘이 주는 선물이지만, 이 시기에 가능하도록 하고 싶은 생각 또한 있었다.


당시 무력감이 상당해 무기력하게 집에 있었다. 아마 열심히 한 나 자신에 대한 격려의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매일 아침 헬스로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꾸준한 배움을 통해, 즉 성실함을 통해 지금의 불편한 감정의 상황을 탈피하고 싶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내 멘털을 부여잡고 정신 차리면 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당시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결국 파트너비자로 들어가 다음 해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국가장학금 3000만 원은 못 받았고 불안 불안했던 준비기간 일 년 후에 스위스에서 정식 일을 할 수 있었다.


장학금에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요약하자면 건축설계 인재육성사업으로 국토부에서 해외실무경험을 통해 미래 건축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담은 사업이다. 원래 사업에 선정되면 6개월 내에 인턴으로 해외취업을 해야 하는 과제로, 돈만 지원해 주고 비자나 회사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솔직히 국내에서 취업하는 길도 6개월이면 너무 짧은데, 채용프로세스가 길고 시차와 비자 모두 고려해야 하는 해외취업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기에 해야 한다는 건 너무 쉽지 않다. 코로나 시기나 그 이후에도 취업에 확정된 거나하면 될 가능성이 있으면 (6개월보다 더) 기간을 연장해서 융통성 있게 운용했다는데 내가 했던 기수부터 장관님이 바뀌면서 조금 더 타이트해졌다. 결론은 장학금을 못 받았다. 아직도 이 사업에 대해 너무 화가 나지만 결국은 내가 6개월 내에 일을 하지 못한 거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고 불명확한 시기를 이겨내고 지금은 스위스에서 일도 하며 일 년 반째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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