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져선 안 되는 것들
존재를 존재답게 살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존엄’이다.
그 존엄이 무너질 때,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를 잃는다.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됐다.
관광객들이 사자를 만지고 있었다.
사파리에서 차만 타고 지나가도
머리털이 쭈뼛 설만큼 위엄 있는 존재.
그 사자가,
사람 손끝에 아무 저항 없이 만져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사자의 눈빛을 보았다.
움직임도 없고,
저항할 의지를 잃고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흐릿한 눈빛.
사람들은 좋아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만족한 미소.
자신들이 마치 사자보다 우월하다는 듯이
용맹한 사자를 길들이기 위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약을 먹인 것일까?
혹독한 훈련을 한 것일까?
절대 길들여져선 안 되는 존재
하지만 그 사자에겐
더 이상 ‘위험’도, ‘야성’도 없었다.
생존의 본능조차 제거된 그 모습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사자’가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눈빛이 내 안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철저히 무너져버린 눈빛.
그리고 나는...
그 눈빛이 보내는
침묵의 SOS를 들었다.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 사자 눈빛 안에서
무너졌던 시간,
존엄을 지키지 못했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즐거움도,
그 어떤 쾌락도,
존재의 존엄보다 우선될 수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붙여도,
존재의 존엄성은 그 어떤 가치에 우선한다.
그건 비교될 수 없다.
절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생명.
그 생명이 존재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경계가 있다.
그 선은,
절대 침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은 김사임, 직접 촬영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