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
_김지윤(저자) | 소담출판사 | 2018-03-15
“어떤 터 위에 집을 짓는 가는 중요하다. 양지바르고 튼튼한 지반이어야 쾌적하고 안전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에서도 심리적인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 욕심과 배신, 죄책감 위에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가 세워질 수 있을까. 인간의 무의식은 방대하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큰 영향력을 끼친다.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의식보다 무의식일 때가 더 많다.”
이 책의 키워드는 ‘의사소통’과 ‘관계 맺기’이다.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의식보다 무의식일 때가 많다는 점에 공감한다. 관계는 우선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나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항상 자신이 없었고, 차가웠고, 감정을 못 느꼈고, 당연히 대부분의 관계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직장생활도 연인관계도 혼자 있는 시간도 모든 순간이 다 어려웠다. 하지만 잘 살고 싶었다. 억울했다.” 그래서 지은이는 무척 노력했다. 여리고 예민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 조금씩 회복해나갔다. 용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다. 사랑은 관계 회복과 자기표현이라는 것을 배웠다. 마음의 필요와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조금씩 익혀나갔다. 그 긴 시간, 그 긴 터널을 지나온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함께 걸어가자고 손을 내민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 중 ‘선의의 사랑’에 주목한다. 지은이는 SNS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글을 글쓴이의 양해를 구한 후 소개한다. 글쓴이는 결혼 한지 얼마 안 된 남성이다. 신혼일기다. “아내와 함께 지내면서 상대의 선의를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 상대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나에 대한 선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때로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내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랬을거야.” 선의는 상상도 못하고 살짝 비꼬아서 듣거나 나를 비난하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한다. 지은이의 사례를 들려준다. “아이 등교를 내가 맡은 날 아침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욕실에서 아이 칫솔질 마무리를 봐주는데 욕실 앞에 남편이 서 있었다. 재촉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서두르지 않고 뭐해! 그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물었다. ‘거기 왜 서 있어?’ 남편이 답했다. ‘도와주려고.’” 가족 상담을 전공한 지은이답게 이 부분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상대의 행동을 선의로 해석하는데 취약하다. 소중하게 취급받지 못했거나, 관계망에서 밀려났거나, 거절과 배신, 방임을 당한 경험이 많을수록 상대가 나를 위하고 사랑한다는 전제를 깔기가 어렵다. 당연한 결과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남다른 가족사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는 지은이의 글을 읽다보면,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현재 USTORY & 좋은연애연구소를 운영하며 직장 안에서의 감성소통, 부부소통, 연인 간의 소통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이의 강의는 무거움과 가벼움 그 사이를 잘 다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남녀불문 연령 상관없이 읽어볼 만한 내용이지만, 내 생각엔 특히 20~40대 미혼 직장여성이나 워킹맘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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