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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03. 2021

가난과 빈곤



【 가난의 문법 】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_소준철 / 푸른숲


“가난과 빈곤”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 그 문법의 대명사 중심엔 도시의 길거리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존재한다. 


대학에서 심리학, 국제관계학,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도시연구자’로 소개된다. 저자가 이 책에 실은 글들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현장조사 작업을 기초로 했다. 저자는 2015년 3월의 어느 날, 가양역 근처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 여럿을 보게 됐다. 그녀들은 함께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어떤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 알고 보면 경쟁 중이었던 상황이며, 고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기에 굳이 남의 뒤를 따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의 일과 삶을 살펴보겠다며 연구를 시작했다. 




일상적으로 ‘가난’과 ‘빈곤’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저자는 이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가난이란 ‘간안(艱難)’, 어려울 간과 어려울 난을 합친 두 자를 어원으로 둔다. 이로부터 파생된 건 ‘가난(家難)’으로 “집안의 재난”이거나 그 상태를 말한다. 빈곤(貧困, poverty)이란 “가난하여 곤한 상태”. 다르게 말하자면 “가난하여 살기가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둘은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회과학자들은 이 둘을 다르게 쓴다. ‘가난’은 현상을 묘사할 때 사용하며, ‘빈곤’은 분석에 동원한다.


책은 오후 1시부터 밤 12시 30분까지 14개의 시간(장)으로 나뉘어 가상의 인물 윤영자의 하루 중 일부와 이에 대한 해석으로 이뤄졌다. 윤영자라는 인물(1945년생)은 폐지나 폐품을 수거해서 살아가는 노인층들의 공통분모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1945년생(보통 해방동이라고 부름)은 2020년을 기준으로 76세(만 75세)이다. 서울의 북아현동 고지대가 주무대이다. 




한국사회의 인구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인계층의 가난’이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전체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의 비율)은 17.4%, 65세 이상 노인만을 살펴볼 때,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이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지는 희한한 통계는 65~69세의 고용률에서 한국(45.5%)은 아이슬란드(5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70~74세의 고용률은 33%로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이 통계만 보면 한국사회에서 노인들이 살아가기에 괜찮은 듯 해보이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한국의 노인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빈곤하다는 뜻이다. 아니 굳이 일을 안 하고도 최소한의 기본생활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노인들이 유모차, 카트,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수집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2020년 정부는 1조2천억 원을 투입해 73만 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게 정답일까? 노인일자리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적 재원이 필요한 사항이기에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인층은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출생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 분들은 1980년대 말부터 적용된 사회보험(특히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처지라 물질적 부를 축적하지 못한 이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땅한 생계의 재원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세대 가난한 노인들의 삶을 위해 다각도로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게 되길 희망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런 일과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이 (온전히)개인의 잘못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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