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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27. 2021

법은 어떤 얼굴을 갖고 있는가?




【 법철학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2  

  _레이먼드 웍스 / 교유서가     


“법은 어떤 얼굴을 갖고 있는가?”     


법철학이란 법의 본질과 근원을 가리기 위한 철학적 연구 분야이다. 올바른 법이 무엇인가를 화두로 한다. 법의 본질과 법의 효력의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가? 법의 이념과 이상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연구하며 그 방법론을 제시하고 확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전에는 ‘법의 철학’ 또는 ‘법률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레이먼드 웍스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법철학에 관한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법학자이다. 2010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저자의 모국)에서 벌어진 인종 차별의 실상을 그려낸 「하얀 거짓말」이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법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법철학의 근본 문제들을 생생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은 법이라는 개념, 그리고 법이 정의, 권리, 도덕에 관한 보편적인 문제들과 맺는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법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자연에 따라 보편적인 도덕 원리들의 집합으로 구성되는 것이 법인가? 아니면, 법이란 대체로 인간이 제정하는 유효한 규칙, 명령, 규범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가? 법의 특유한 목적에는 개인의 권리보장, 정의구현,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가? 법을 그 사회적 맥락에서 떨어뜨려 놓은 채 이해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이 간결하면서 핵심적인 내용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법철학의 연구대상에서 제일 먼저 제기되는 ‘자연법론’이 책에서도 서두로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자연법론자 알렉산드로 당트레브는 “자연법이란 법과 도덕이 교차하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이 자연법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저자는 ‘자연법’의 정의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여러 사상가, 법률가들을 소개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자연법 해석은 ‘선을 행하고 악은 피하라’는 명령으로 새긴다. 인간은 선에 관한 자연법의 원리들을 토대로 선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들을 추론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홉스, 로크, 루소에 이르면 인간의 ‘자연권’이 좀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된다. 홉스의 철학에는 지배자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면이 있고, 그러다보니 정의보다 질서가 중요시된다. 로크는 사회계약을 통해 생명, 자유 , 재산에 대한 자연권이 보장되고 각자는 사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루소에 이르러선 사회계약에 견주어볼 때 자연법의 중요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루소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 모드의 전체주의자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법과 사회」챕터에서 영국의 분석 법리학자이자 형법학자인 허버트 하트의 말이 큰 글자로 눈에 들어온다. 공직자들은 승인규칙을 ‘내적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하며, 일정한 행동 양식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공동의 기준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일간지 사회면에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태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저자는 법사회학의 두 거장인 에밀 뒤르켐과 막스 베버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에밀 뒤르켐이 몰두했던 주제들 가운데 하나는 사회는 어떻게 해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뒤르켐은 이에 대한 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데 법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법학 전공자이기도 하다. 베버의 일반 사회학 이론에서 법은 중추적 역할을 한다. 베버는 법을 ‘형식적’법과 ‘실질적’법으로 구분했다. 전통적 지배나 카리스마적 지배에서는 권위가 사람에 속하지만, 관료제에서는 권위가 규칙에 속한다. 법적-합리적 권위의 특성은 이른바 공평(impartiality)이다. 이러한 공평은 베버가 “형식주의적 비개인성(formalistic impersonality)"원리라고 부르는 것에 기초한다.      




이 책은 교유서가 첫 단추 시리즈 중 최신간이다. ‘첫 단추 시리즈’는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되고 누적 판매 600만부 이상으로 기록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1995년~)에서 간행한 ‘Very Short Introductions’(매우 짧은 인문서)시리즈의 한국어판이다.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예술, 역사, 과학,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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