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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un 11. 2021

나에게 타인이란?



【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_존 M. 렉터 / 교유서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로, 말하자면 물리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신체와 영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정신을 소유하고 있으며 내면적 깊이를 지닌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볼 때 악이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 수준 증대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대학학부 시절부터 인간의 잠재능력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점은 나 역시 문학, 인문, 사회과학 도서들을 읽으면서 자주 생각에 잠기게 하는 부분이다. 일간지 사회면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인물들과 사건들의 뒷이야기. 객관적으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마치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사람들이, 마치 이 세상에 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이 저지른 끔찍한 일들의 결과를 접할 때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마음을 참고 살아왔는가?      




인간의 잠재능력은 극단적이다.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등 한없이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돌프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등과 같이 수백만의 생명을 빼앗아간 인간들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극단적인 측면들을 들여다보며 몇 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이 책에서 키워드로 뽑음직한 단어는 ‘대상화’이다. 저자는 각 개인이 자기 자신 및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현실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이 다름의 본질을 이해함에 있어서 대상화 - 타인을 정신과 신체를 가지고 있으며, 존경과 공경을 받아야 마땅한 통합된 주체가 아니라 사물로 인식하는 현상-라는 개념이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정신에서 벌어지는 대상화의 수준도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타인을 대상화한다는 것이 모두 악의 형태로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그것’으로 바뀌는 순간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다. 타인에 대한 감정적 둔화는 비인간화의 과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인간존엄성이 짓밟히게 된다. 이는 이미 지구상에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사에도 기록된 부분이다.      


마사 누스바움의 「대상화」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누스바움은 대상화가 구현되는 7가지 방식을 설명했다. -도구성(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본인의 목적을 위한 [한낱]도구로 대한다. -자율성의 부정 -비활동성 -대체 가능성 -침해 가능성 -소유 -주체성의 부정 등이다. 그 후 언어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레이 랭턴이 3가지를 더 추가했다. -신체로의 축소(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신체 혹은 신체 부위와 동일한 존재로 축소한다) -외모로의 축소 -침묵시키기(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이 마치 말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다).     




저자는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의 속성을 바라본다.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챕터가 읽을 거리다. 이는 대상화에 기여하는 인간의 '기질적요인'과 '상황적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대상화 과정 중 ‘완곡어법의 사용’을 주목한다. 베트남전에서 폭탄투하는 ‘대포를 전달’한다고 표현했고, 고엽제는 단순히 ‘제초제’, ‘살해’라는 단어를 피하고 ‘목표물 중립화’, ‘제거’라고 했다. 실수로 아군을 죽이는 행위는 ‘프랜들리 파이어’, 공교롭게 민간인을 죽이게 되면(의도적인 경우도 많았다고 하지만) ‘부수적 피해’ 혹은 ‘유감스러운 부작용’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는 가해자들의 죄의식과 심리적 부담감을 덜기위한 언어적 유희라고 생각한다.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지? 시민군 소탕작전을 한바탕의 축제로 생각하라는 신군부 상부의 매우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가?       


책의 부록으로는 D. 핀스키 박사와 S. 마크 영이 활용한 「자기애성 성격검사」가 있다. 각 개인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풀어봄직한 설문지이다. 설문지 결과는 ‘항목별로 분류한 일곱 가지 특성’으로 제시된다. 권위, 자급자족, 우월성, 과시, 착취, 허영, 자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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