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뉴스로 접한 소식에 의하면, 일본의 한 코인 주차장에서 60대 남성이 한 젊은이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지적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주의를 받은 용의자는 갑자기 분노해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등 5분여간의 무자비한 폭행을 했다. 피해자는 척추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신세를 지게 되었다. 용의자는 그 후 즉시 현장에서 도주했지만, 일본 경찰은 주변 방범카메라 영상 등을 추적해 운송업을 하는 25세의 청년을 체포했다. 사건 발생 6개월 만이다. 용의자 검거에 공훈을 세운 것은 CCTV이다. 일본의 뉴스로 글을 열었지만, 한국이라고 다르진 않다. 범죄수사에 CCTV가 효자노릇을 한지 꽤 오래되었을 것이다. 집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CCTV 영상에 담기는 무보수 출연자가 된다(집안에도 CCTV가 설치 된 집도 많을 것이다). 집을 나서서 몇 발자국만 걸어도 ‘다목적 CCTV’가 아는 척한다. CCTV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사생활 침해가 심해지고 있으니 그만 설치하라는 사람들과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으니까 더 많이 설치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로 나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중국이 ‘감시사회’ ‘감시국가’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지하철역에선 엑스레이로 수화물을 검사한다. 고속철도를 타려면 신분증 제시는 필수다. 중국내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현 시점으로 6억대가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 2인당 1대의 꼴로 CCTV가 설치되어있는 셈이다. 곧 국민 1인당 1대의 감시카메라 시대가 올지 모른다. 카메라 렌즈의 해상도를 꾸준히 높여 인공지능(AI)이 걸어 다니는 자세만으로도 어느 집 몇째 자녀까지 식별해낼 정도라고 한다. 아울러 중국은 세계 제일의 스마트폰 앱 대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메시지 앱, 택시호출 앱, 배달대행 앱 같은 편리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다(한국도 앱의 상당부분이 휴대폰 인증을 요구한다). 중국이 한국과 다른 것은 인증한 휴대폰의 번호는 신분증과 여권에 연결되어 기업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메시지 앱에 중국 정부가 문제시할 만한 발언이 입력되면, 중국 정부는 기업을 통해 즉시 신원을 조회할 수 있다.
중국은 내부 안보, 즉 물샐 틈 없는 사회 통제를 위해 첨단 ICT를 총동원하고 있다. 계획과 통제라는 사회주의의 로망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네트워크 안전법 28조에는 “네트워크 운영자는 공안기관과 국가안전기관이 법에 의거해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하는 활동에 기술적 지원과 협력을 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외국계 기업도 포함)은 중국의 국가 안전에 관한 문제, 즉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관한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중국인이 불만을 품기는커녕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들이 프라이버시에 무관심한 탓일까? 전제정치에 세뇌되었기 때문에 그럴까?
이 책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현대중국의 재정과 금융의 연구자인 일본의 가지타니 가이와 중국의 경제, 기업 및 재일 중국인에 관심이 많은 언론인 다카구치 고타의 공저이다. 저자들(이하 단수 저자라고 칭함)은 중국의 ‘행복한 감시사회’의 수수께끼를 밝히고 싶어 한다. 그 수수께끼가 밝혀진다면, 중국의 놀랄 만한 감시사회가 어느 별나라 현상이 아니라 우리(현재 전제국가가 아닌 나라들)가 앞으로 직면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실에 대한 여러 오인과 오해, 때로는 왜곡으로 가득한 중국의 감시사회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민간 기업에 의한 기술 개발, 그리고 그것의 사회 적용이 중국 사회를 얼마나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왔는지에 주목한다. 중국정부가 주도해 이끌어가는 ‘사회신용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글에도 관심이 간다. 중국 정부의 언론통제가 정보통신기술(ICT)의 진보에 발맞춰 얼마나 발전하고 교묘해졌는지에 대해 저자의 현지 체험을 통해 기술한 것도 읽을거리다.
내가 깊은 관심을 갖고 읽은 대목은 마지막 챕터인 ‘도구적 합리성이 폭주할 때’이다. 이 챕터는 조지 오웰이 말한 감시의 최전선이자 심각한 민족문제를 안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수민족에 대한 공산당의 통치 방식은 감시하는 쪽과 감시당하는 쪽의 비대칭 관계로 고정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쪽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상황이다. 저자는 최근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 각지에 대규모로 건설된 ‘재교육 캠프(再敎育菅)’를 주목한다. 이 수용시설은 세계적인 이목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다수의 이슬람교도가 생활하는 지역인데, 각지에 거대한 규모의 수용시설이 여럿 세워지고 있다. ‘이슬람의 과격 사상에 물들어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직업 훈련이나 법률 등의 ‘재교육’을 위해 장기간 수용하고 있다. 교육은 핑계일 뿐 구금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설은 강제수용소와 다름없기 때문에, 보도기관이나 언론인이 자유롭게 취재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권단체나 그 협력자등이 당국의 눈을 피해 실시한 인터뷰나 해외 망명자의 증언 등으로 그 심각한 사태를 차츰차츰 드러냈다. 재교육 캠프 문제의 직접적인 배경은 2009년에 광둥성에서 한족과 위구르인 사이의 민족 갈등으로 인해 벌어진 난투극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중심지인 우루무치로 불씨가 번져 민족 간의 충돌이 대규모로 발생한 일이 발단이다. 그 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선 민족 간 대립이 격해지고, 특히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서는 신장의 안팎에서 칼이나 화기 등으로 무장한 단테가 유혈충돌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위험을 느낀 당국은 일련의 사건을 해외 이슬람 과격파 조직과 연관된 국가분열주의자에 의한 ‘테러활동’으로 간주하고 ‘테러와의 투쟁’을 온 나라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신장 재교육 캠프(강제수용소)엔 100만 명가량이 수용되어있다고 한다. 예전에 중국에 존재했던 ‘노동교양소’와 매우 흡사하다. 외부의 시각으로 인권탄압 외에 ‘저임금 노동시설’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위의 시설이 감시기술을 구사한 통치 즉, 감시시설의 실험장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2016년경부터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 정보 통신기술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또한 DNA나 홍채 데이터, 음성이나 걸음걸이 등의 생채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감시 시스템의 큰 문제점은 당국이 금지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포심을 느끼다가 결국 행동을 지배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지만, 감시선진국 중국이 보여주는 오늘의 모습은 단지 중국의 문제로만 그칠까? 중국 인민들이 감시국가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위치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럴까? 그렇다면 국가안보와 사회질서를 명분으로 민간인까지 사찰을 하고,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이 나라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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