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너머의 말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여러분께 찾아옵니다. 영화가 다 말하지 못한 것들, 그 장면 너머의 말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짚어보며 깊이 있는 감상의 길라잡이, 그리고 새로운 생각의 물꼬가 되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영화는 2023년 개봉한 해외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뭐야 x발’소리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제목이 제목인지라 철학적인 거대 담론을 어떻게 잘 녹여냈을까-하는 기대감을 완전 박살내버리는 영화인지라,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내내 영화평을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쓰기로 했다.
누군가는 지브리 이름값을 빼면 별 반 개도 아까운 망작이라고 했으나, 내 생각엔 지브리 이름값을 달더라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니면 이런 작품을 만들 일이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삶과 작품을 응축한 은퇴작을 관객에게 선보임으로써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 문학은 창작 이후 작가의 손을 떠나게 되는데, 최근 본 모든 장르의 작품을 통틀어 이 작품만큼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브리에 대한 온갖 오마주-하지만 난 지브리 작품에 조예가 없어 뭘 오마주 했는지 모른다-가 담긴 것, 그의 은퇴작이라는 것을 제목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결국 이 영화는 설의법이 아니라 정말 질문을 던지는 화두 그 자체가 아닐까싶다. 나는 이렇게 삶을 이렇게 생각하며 또한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감독이 본 작품에 대해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본 작품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응축한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자기 삶의 모든 부분, 자신의 선택 그 모든 것에 의미를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분명 있는데.
영화의 스토리는 있지만 플롯은 난삽하기 그지 없는데, 이 또한 삶과 맞닿아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을 반추하면 그 흐름 속에서 어떤 하나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개연성은 현실보다 문학이 오히려 더 잘 챙긴다. 어차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나름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은퇴작이면 이제 정말 전하고 싶은 말 보다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면, 난삽한 플롯 속 각자의 시퀀스에 스민 의미를 파편적으로 파악하며 ‘아 이것이 삶과 죽음과 탄생과 갈등과 기만과 정의와 고민 등등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구나’정도를 훑어도 충분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의 기념관에 방문했다 치자. 분명 어떤 관에는 그의 삶을 일대기로 구성하여 전달하는 관이 있겠지만, 어떤 관들은 그의 특정 업적이나 흔적만으로 꾸며놓은 관이 있을 것이다. 그 관들을 돌아다닐 때 저마다 추천하는 코스는 있을진정, 따라야만하는 코스는 없을 것이다. 그냥 그 관에 가서 아 이 사람은 이건 이렇게 생각했구나, 저 사람은 저걸 저렇게 생각했구나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를테면 영화라는 틀 안에 담아 놓은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기념관인 셈이다.
나도 산발적으로 내가 아는 지식을 섞어 물이 은유하는 바나, 돌과 상처의 유사성을 통한 선의와 악의에 대한 상징, 히사코(久子)가 다른 세계에서 코(子)를 뗀 히미로 존재하는 것의 의미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감독이 말하려는 바가 아닐 확률이 높은데, 그가 이 작품을 완전 자기 손 밖으로 떠나보낸 스탠스를 취하는 이상 작가론적 관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를 찾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여 영원히 반영론으로 비춰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어 그럼 내 기준에선 좋은 영환데!?)별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주변인들에게 주절주절 산발적으로 풀어내지 않을까 싶다. 허나 바라건대 이 작품이 정말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만큼 은퇴작에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생각하는 삶이란 이런 것이었으며 나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너무 좋잖아.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장면은 끝났지만, 그 너머에 남겨진 말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릅니다. 다음 주 금요일 오후 5시, 또 다른 장면 너머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