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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May 07. 2022

내가 겪어 봐서 그래

대학 시절 존경하던 강사 선생님이 있었다. 대학 때 그 선생님 수업에 반해서 나는 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강사 선생님은 대학원 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중 대부분의 지적은 공부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해 줬고, 자기 방식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꼭 마지막에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내가 공부를 해 봤는데, 그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그래.", "너는 수월하게 공부하게 하려고 하는 말이야.", " 내가 공부할 때는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없어서 공부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다지 친절한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소 모호하게 하는 말씀들에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하면 될까요.라고 질문하면 "결국 공부하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지."라고 답하셨다. 이 모순되는 표현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감사하다고만 했다.


알 수 없는 모호한 설명에 나는 여전히 내 방법대로 공부를 했고, 왜 알려줘도 변하지 않냐는 지적을 또 들어야만 했다. 강사 선생님을 비롯해서 교수님들은 항상 말했다. "요즘 대학원생들은 편하게 공부해." 대학원생들이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그렇게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올바른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 강사 선생님, 교수님들의 의도는 좋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설마 대학원생들 싸잡아 욕하려고 그랬을까. (라고 또 믿는다.) 자신들이 공부해 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당연히 달라 보일 것이고, 대학원생들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 보이는 '느낌' 때문에 학생들이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찾은 공부 방법인지 무엇인지 스스로도 명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명확한 방법 제시를 하지는 못하였고, 자신들이 걸어온 방향과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하지만 또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실패할 권리도 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아마 그 선생님 또한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그것이 자산이 되어 그 자리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자신의 실패를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실패를 물려주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성공의 길만 소개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실패를 권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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