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는게 부끄러운 일인 줄만 알았다. '내가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종교적 믿음을 가진 사람이 신앙 고백을 할 때나 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회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게, 문제 의식이 없이 감사하며 살아가는게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 감사라는 감정 표현은 대상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무엇을 해 준 사람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일은 부끄럽지 않지만, 내가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어쩐지 부끄럽다. 감사의 감정은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만했다.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면 감사할 수도 있다. 내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할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구조의 사회에 살고 있어서 감사하는 게 아니다. 꼭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감사할 수 있다. 대상이 없는 감사의 감정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냥 그런 감정이 들 수 있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드는 감정을 부끄러워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