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불편한 얼굴

by 유이지유

내 앞을 가로막고 선 추하고 주름진 얼굴 하나가 있다.

마주하고 있기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윤기 없이 버석거리는 몰골은 불운과 불온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어둠에 잠식할 것 같아 숨 막히게 했다.


번뜩이는 광기에 놀라 휙 고개를 돌렸다.

다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그 자는 오랜 친척이라도 되는 냥 나의 뒤를 따랐다.


인사를 나누고 싶지도 않고 사귈 생각도 없는데 자꾸 따라오며 한숨을 내뿜었다.

저리 가라 손을 휘저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자의 새된 한숨에 지나는 사람들이 자꾸 흘낏거렸다.

곁에 있는 나를 흘낏거려서 일행으로 보면 어쩌나, 나를 대체 어찌 볼까 하는 생각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뉘신대 나를 이토록 불편하게 하는가!

재주 하나 없어 보이고 남루한 그대의 곁에서 동류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

그대는 그대의 길로 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자는 갈 생각이 없는 듯 물기 없는 붉은 눈만 껌뻑거렸다.

삐뚜름한 입술은 경련하듯 떨릴 뿐 뭐라 말을 뱉지는 않았다.


‘이런 자가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수많은 수모를 감내해왔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런 자에게까지 무시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말길을 못 알아먹으면 하는 수 없지.


이 자가 자초한 일이다.

정신을 차려줄 욕 한 바지가 제격이다.

사람대접받기는 그른 자가 걷어차이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관심사는 저 자를 떨어뜨리는 게 먼저였다.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굼뜨고 한심한 자를 걷어차 버렸다.

그럼에도 발딱 일어나서는 또 뒤를 따른다.

참 징글맞은 자일세!


승질이 오른 나는 이번에 있는 힘으로 통수를 후려갈겼다.

나의 가격은 정확해서 그 자의 이마에는 검붉은 핏줄기가 얼굴을 타고 내렸다.

그 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음소리는 참 낯이 익었다.

말투가 어눌하고 좀처럼 표현할 줄 모르는 익숙함이었다.

익숙한 아픔이 전해졌다.

뜨끈한 감각이 나의 낯에 퍼지며 안온의 장막을 걷어갔다.



나는 내가 뭔가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매우 특별하게 태어난 존재이며 다른 이가 지니지 못한 어떤 찬란한 능력을 신에게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어떤 능력인지 아직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였기에 발현시키지 못하는 것뿐이다 굳게 믿었다. 언제나 그 능력은 세상을 뒤엎을 만큼 파괴력과 영향력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세월을 묵혔다.


다른 세상을 지어내고 말리란 망상에 휩싸인 대가는 혹독했다.

뼈 마디마디에서 망상의 세월이 만들어낸 슬픈 소리들만 울렸다.

넘치던 영감과 보듬던 온기가 사라지고 나니 알게 되더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름으로 가득 채운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얼굴의 광인을 만들어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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