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붉은 별

2월 16일 - 오늘의 삶그림

by 유이지유

우리가 보는 하늘은 1.3초 전의 달,

8분 19초 전의 태양,

8.7년 전의 시리우스 별.

220만 년 전의 안드로메다 은하.

그리고 1000만 년 전의 별빛, 붉은 별 19450216호.

그 별의 고향은 다른 별의 죽음이다.

인류 시작되기 전 우주로 퍼진 강렬한 빛, 별의 죽음

죽는 순간 가장 밝게 빛나는 거대한 별.


한 아름다운 성운에서 다른 아기별과 함께 태어난 붉은 별 19450216호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별의 운명.

크고 무거운 별은 짧은 생애를 마친다.

크고 무거운 별은 다른 별보다 격렬하게 에너지를 소진한다.

최후의 순간 대폭발을 한다면

우주에 흩어져 다른 생명의 씨앗이 된다.

다른 별보다 크고 무거웠던 붉은 별 19450216호


죽기 전 붉은 별 19450216호의 방랑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1000만 년의 흐른 뒤,

우주 저 너머 어딘가에서 1000만 년의 시간을 건너 도달한 푸른 행성.

‘밤’이라 불렀던 시대에 도달한 붉은 별 19450216호의 별 빛.

'밤'을 향해 홀로 깨어

새벽을 기다리며 제 몸을 뜨겁게 태운 한 시인에게

그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농회색으로 캄캄하니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별 그러나 별빛이 지구에 왔을 때는 이미 최후를 맞이했던 붉은 별 19450216호

하늘에 반짝인 별빛은 붉은 별 19450216호가 남긴 1000만 년 전 과거의 자신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보던

식민지의 청년 시인은 끝내 새벽을 보지 못한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흙에 덮힌 시인의 이름 윤동주, 당시 28세

별이 지고 6개월 후 마침내 새벽이 왔다.


죽음으로 다시 시작되는 별의 운명.


오늘 밤에도 누군가 진정으로 그 별을 보길 원한다면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이 보았던 붉은 별 19450216 호처럼.


붉은 별 19450216 호를 보았던

윤동주 1945.02.16 별이 된 날.


-<지식채널 e> 영상과 책의 내용 편집. -






***

나는 시인과 인연이 있다.(고 할 수 하나?)


그가 별을 노래했던 이국 땅 하늘 아래,

같은 동네서 몇 년이나 생활을 했었다.

그가 걸었을 교정을 몇 번이나 걸었다.

그럼에도 멈춰서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그에게는 하나도 주어지지 못한 것들을 당연한 듯 다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늘상 밥벌이의 고단함이 먼저였다.


"장 봐야 하니까, 무겁고... 다음에 제대로 묵념하고 오지 뭐… 나중에..."


안온함 속에 핑계만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꿈꿨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꿈꾸나?

.

.

.

.

.

모르겠다.


점점 더 별빛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자꾸만 낯선 일들이 가득해져서 알 길이 없다.


올해는 시인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 (빌어먹을 코로나!)

그때는 별빛 까마득해질 때까지 오래 인사를 나누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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