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오늘의삶쓰기
[실사판]
반지하방 화장실, 그것도 깜빡깜빡해서
변기에 올라 와이파이를 잡는 가족들.
이 장면의 데칼코마니!
나는 요즘 이 장면을 완벽히 재연 중이다.
화장실이 아닌 위치만 달리,
작업실 창문에 붙어 있는 꼴이
기생충 실사판이다.
"난 와이파이도 아닌데…"
공짜도 아니고 내 돈 내고 쓰는 네트워크 데이터인데 안 잡힌다.
문제가 뭘까?
너무 싼 요금제, 알뜰 통신사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작업실 위치 때문이겠지?
산신령은 출현하지 않아도 고라니와 멧돼지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산 밑.
작업실에서만 종종 안 잡히니까.
내 돈 주고 쓰고 싶을 때 제대로 못 쓴다는 것에 열이 오른다.
"아, 이거 당장 꼭 검색해야 하는데!"
여기서 잠깐!
근데 말입니다.
'당장? 꼭?' 검색해야 하는 것이 대체 뭘까? 그런 게 하루에 몇 번, 몇 개나 있을까?
“어, 그러니까... 그게...”
제대로 답도 못하고, 올랐던 열이 스르르 내려간다.
'새로고침'을 멈추고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한 번에 모아서 해야지."
검색하려고 했던 것을 포스트잇에 메모해둔다.
*
영화 실사판 삶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딴짓도 못하고(인터넷 못 하면 다른 딴짓거리를 하지만...)
데이터 요금이 초과될 일도 없으니, 돈 절약! 시간 절약!
쓰고 싶을 인터넷을 쓸 수 없어 불편하긴 불편하다.
그러나 어차피 글 쓰려고 처박히는 작업실이다.
안 써지고 좀 쑤신다고, 인터넷으로 딴짓을 하려 들다니…
세상과의 자발적 격리를 선택해 놓고,
의미가 없잖아!
P.S.
'나는 자연인이다' 쯤의 실사판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몇 걸음만 나가면 공장이 즐비하고
산업도로에 인접한 도농지역이다.
우리 집만 산골짜기 바로 아래라 이런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