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실사판

4월 6일- 오늘의삶쓰기

by 유이지유

[실사판]


반지하방 화장실, 그것도 깜빡깜빡해서

변기에 올라 와이파이를 잡는 가족들.

Screenshot 2021-04-06 at 20.15.55.jpg

이 장면의 데칼코마니!

나는 요즘 이 장면을 완벽히 재연 중이다.


화장실이 아닌 위치만 달리,

작업실 창문에 붙어 있는 꼴이

기생충 실사판이다.

20210406-01.jpg


"난 와이파이도 아닌데…"

공짜도 아니고 내 돈 내고 쓰는 네트워크 데이터인데 안 잡힌다.


문제가 뭘까?

너무 싼 요금제, 알뜰 통신사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작업실 위치 때문이겠지?

산신령은 출현하지 않아도 고라니와 멧돼지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산 밑.

작업실에서만 종종 안 잡히니까.

내 돈 주고 쓰고 싶을 때 제대로 못 쓴다는 것에 열이 오른다.

"아, 이거 당장 꼭 검색해야 하는데!"


여기서 잠깐!

근데 말입니다.


'당장? 꼭?' 검색해야 하는 것이 대체 뭘까? 그런 게 하루에 몇 번, 몇 개나 있을까?

“어, 그러니까... 그게...”

제대로 답도 못하고, 올랐던 열이 스르르 내려간다.

'새로고침'을 멈추고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한 번에 모아서 해야지."


검색하려고 했던 것을 포스트잇에 메모해둔다.



*

영화 실사판 삶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딴짓도 못하고(인터넷 못 하면 다른 딴짓거리를 하지만...)

데이터 요금이 초과될 일도 없으니, 돈 절약! 시간 절약!


쓰고 싶을 인터넷을 쓸 수 없어 불편하긴 불편하다.

그러나 어차피 글 쓰려고 처박히는 작업실이다.

안 써지고 좀 쑤신다고, 인터넷으로 딴짓을 하려 들다니…


세상과의 자발적 격리를 선택해 놓고,

의미가 없잖아!



P.S.

'나는 자연인이다' 쯤의 실사판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몇 걸음만 나가면 공장이 즐비하고

산업도로에 인접한 도농지역이다.

우리 집만 산골짜기 바로 아래라 이런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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