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

[돌고 도는 멜로디]

by 유이지유

[돌고 도는 멜로디]


역 앞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그 노래는 네가 좋아했던 노래였다. 봄에 꽃이 피고 지듯이 돌아오는 계절을 돌고 돌며 계절을 물들이는 멜로디였다.


계절에 끝을 알 수 없듯 오래 잊히지 않는 멜로디는 서두르는 발걸음의 속도를 여전히 늦출 정도였다, 거기에 담긴 이야기, 가슴 적시는 그 시절의 감정에 젖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노래가 담은 시절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더라도, 피로 쓰여진 이야기는 그대들 안에도 담겼다. 그대의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가 귓가에 속삭였던 그대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대들의 영혼에 담긴 이야기지만 그대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우리답게 살아냈다. 그대들이 그대의 시대를 정처 없이 살아 내듯이 말이다.



일초 일분에 쫓겨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편의점 문을 나선다.
“딸랑~” 서둘러 나서는 그대를 향해 “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영혼 없는 점원의 배웅을 받으며 밥벌이의 터전으로 떠나갔다.


삼각 김밥과 라면으로 숙취를 달래고 잠시의 휴식을 위해 몸 눕힐 곳으로 향하는 등 뒤로 “딸랑~ 어서 오세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어느 시절을 위한 배웅인가. 스침과 헤어짐을 쌓아가는 나날에 많은 것을 잃어갔다. 잃어 가며 얻은 것을 그러모아 인생이라고 불렀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걸어온 길이다.

그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들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대의 오늘이 그랬다. 그리고 내일 걸어갈 길이다.


아주 오랜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멜로디가 역 앞의 분주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러다 핸드폰의 알림음들, 통화의 연결음, 문자 수신음, 구독의 알림음들. 수많은 알림이 그대의 현실을 알린다. 잠시의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그대의 시대를 살아간다.


잠시의 스침이 머물렀던 곳에는 어떤 이야기도 전해지지 않는다. 피로 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스침의 시대. 그대가 예상하는 내일이 내일일 수 있으면 된다.

그것으로 됐다.

우리가 잠시 도륙을 멈추고 수다를 떨 때 그렸던 시절이다.



내일을 향해 서두르는 발걸음들 속에서 나만이 오래 머물렀다.

시대를 넘고 넘어온 이곳에서 멜로디에 담긴 이야기의 시작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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