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고어텍스와 원미동 사람들

6월 18일 - 오늘의 삶그림

by 유이지유

오늘의 삶쓰기 [고어텍스와 원미동 사람들]

겨우 내내 단벌, 교복 생활자로 살았다.

롱패딩 하나로 버텼다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이 다른 깜장색 패딩이라 다 똑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5개!

진정한 교복은 롱패딩 안에 받쳐 입는 ‘고어텍스 바람막이 재킷’이었다.


곁땀 대마왕 유짱!

롱패딩을 자주 빨 수도 없어서 여러 시도 끝에 발견한 방법.

롱패딩 안에 코어텍스 재킷을 받쳐 입는 것이었다.

고어텍스[ Gore-tex ]

열이나 약품에 강한 테플론계(系) 수지(樹脂)를 늘려서 가열하여
무수한 작은 구멍을 뚫은 아주 엷은 막.

빗물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나, 안쪽에서의 이나 증기는 밖으로 내보내게 된 새로운 방수가공품으로, 천에다 이 막을 붙임으로써 종래의 방수가공한 옷을 입었을 때 생기는 '더운 습기'의 문제를 해소하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어텍스 [Gore-tex] (두산백과)


안감이 비닐(?) 재질이라서 곁땀이 폭발해도 재킷 덕에 롱패딩을 적시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롱패딩은 바뀌어도(누가 봐도 똑같아 보이지만...) 속의 재킷만은 바뀌지 않았다. 얼마나 편한가 하면, 물에 쓱쓱 빨아서 털어주면 몇 시간 만에 마른다.


겨우 내내 재킷 하나면 충분했다.

봄이 오니 롱패딩은 벗었으나, 재킷은 더 입게 됐네.

원래 바람막이 자켓이라 가볍고 따뜻하고 빨래하기도 좋고... 등등의 이유로 교복 생활자를 못 면했다.


물건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어서 빳빳한 안감이 흐물흐물~~

재킷이 다 해졌다. 수명을 다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중고도 비싸네...

‘여름 가을에도 입을 수 있고, 겨울에는 곁땀 방지용으로 반드시 필요한데.’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겠다.

고로 ‘중고옷가게 순례’에 나섰다. 취미생활의 부활이다.


중고옷이라 함은, ‘빈티지’ 하는 뭐 그런 게 아니다.

소시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는 중고옷가게가 많다.

다른 지역은 안 살아봐서 모르겠으나, 부천 원미동 시장에는 중고옷가게가 그렇게 많았다.

(근 15년이 넘은 얘기니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나도 한때 ‘원미동 사람들’(<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80년대 소시민의 삶을 그린 소설)이었다.

원미동에 작업실을 차렸던 시절이 있었다.

시장에서 국수나 찐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기분 전환 삼아 3천 원 쯤하는 중고옷을 사 입는 게 취미였던, 원미동 사람이었다.

게다가 양귀자 선생님하고는 나름 인연? 도 있었다.


양귀자 작가의 동화집 '누리야 누리야'를 만화화할 예정이었다.

원화 작가로 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까였다!

까인 적이 첨이라 좀 충격이었던 아픈 기억이...



(고어텍스 재킷 얘기를 하려던 건데, 추억이 돋아 삼천포로 흘렀네. 아무튼...)


한 달 넘는 몇 번의 중고옷가게 투어 끝에, 원하는 깜장의 재킷 발견!

‘값은 역시 싸지 않아~’

다른 것보다 배가 비쌌다.

바로 옆에, 디자인이며 재질도 똑같아 보이는 바람막이 재킷도 발견했다.

‘완전 똑같은 것 같은데 그냥 이걸로 안 될까?’

팔목과 가슴, 등에 '고어텍스'라는 문구 강조 된 것 빼고는...



뭘로 할지 고민고민 끝에...

.

.

.

두 개 다 삼!


내가 그렇지 뭐. 맥시멀리즘 주의자답게.

'잘 산 거야. 두 개를 다 사야 더 깎아 주니까!’


신나서 귀가!


빨래를 해 보고 알았다.

똑같이 생긴 바람막이 재킷이어도 고어텍스는 고어텍스, 그냥은 그냥이라는 걸...


신기한 과학 나라의 제품~



* * *

오래된 것, 혹은 새로운 것에서

문득문득 시간을 되돌리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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